달러 쇼크 세계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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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닉슨」미대통령이 「달러」화 방위를 위해 발표한 극적 조치는 서「유럽」각국에 막대한 충격을 주어「유럽」의 모든 외환시장이 폐쇄되는 한편 「런던」에 급파된 「폴·볼커」미 재무차관과 주요국 대표들과 긴급회의가 열리는 등 새로운 세계금융질서를 위한 숨찬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닉슨」발표 직후 「그리스」를 제외한 영국·「스위스」·서독·「이탈리아」·「덴마크」·「네덜란드」·「프랑스」 등 전 「유럽」국가들은 외환시장을 즉각 폐쇄하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외환거래가 있다고 한다면 서독·「스위스」·「스페인」 등에서 해외여행자를 위해 50∼1백「달러」 범위 안에서 허용된 것 뿐. 각국은 휴가중인 국가원수와 각료들을 소환, 긴급 특별각의가 열리고 있는데 「유럽」제국의 일반적인 반응은 첫째 지난 2주일부터 가열된 외환시장을 우선 냉각시켜야하며, 둘째 「닉슨」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경제적인 숨통을 열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므로 좀더 근본적이고 안목이긴 어떤 조치가 마련돼야한다는 점에 일치하고있다. 각국의 반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실업인·시민들 환영>
「뉴요크」미국관리들은 일부러 기대하고있으나 미국과 「캐나다」의 경제인 및 학자들은 「달러」평가절하의 전조로 받아들이고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실업인과 은행가들은 조심스러운 찬성을 표시했다.
가장 큰 관심은 평가절하의 폭. 공식적으로는 일체 비치지 않고 있으나 경제학자들은 10∼15%선이 될 것으로 점친다.
그러나 이것은 「마르크」·「프랑」·「길더」(화난)·「스위스·프랑」등 강세를 보이고있는 통화에 대해서만 그렇다는 얘기이고 그밖의 통화와의 관계는 단기간 안에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들의 반향 역시 찬성 쪽으로 기운다. 이들에게는 국제통화의 문제 따위는 별로 걱정거리가 안 되는 듯이 보였다. 예컨대 소득세의 경감으로 월급봉투가 늘고 자동차 값이 7%나 싸지는데 나쁠 게 뭐냐는 태도. <뉴요크=김영희 특파원>

<이탈리아 달러 공정율 이하로 환전>
「이탈리아」정부는 「닉슨」미대통령의 「달러」화 금태환정지령에 대한 첫 조처로서 18일게 있을 구주공동시장(EEC) 재상회의 때까지 「달러」매입을 일체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또 관광여행자수표와 은행권을 제외한 모든 외환거래도 18일까지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한편 관광객들에게는 지난l3일의 공정환율인 「달러」당 6백17·80「리라」로 「달러」를 바꾸어 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시에도 불구하고 약2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인관광객들은 비협조적인 관광시설관리인들 때문에 크게 혼란을 겪고 있으며 대개의 경우 공정환율보다 낮은 6백 내지 심지어는 5백「리라」로 「달러」를 바꾸고있다.
「이탈리아」 재무상 「페라리·아그라디」씨는 18일의 EEC재상회의를 앞두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엔」제국들은 단결하여 사태의 기선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로마=정신규 특파원>

<프랑스 휴가중단 특별 각의 열고 수백만 외국관광객 당황>
수백만에 달하는 외국관광객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은행은 15일부터 공휴로 폐문하고 있어 아직 공식환율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파리」공항에서나 다른 환전소에서는 1「달러」당 5.3 내지 5.4로 약15% 낮게 바꿔주고 있다. 그것도 1인당 50「달러」에 한정하고 있고 접객업소에서는 「달러」의 시세를 몰라 아예 「달러」를 거부하고 있어 외국관광객은 울상이다.
휴가증인 「퐁피두」대통령을 비롯, 「샤방델마스」 수상·「지스카르 데스텡」 장상 등 모든 각료들이 휴가를 중단하고 18일 열릴 특별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파리」로 돌아오고 있다.
18일 각료회의 후, 그리고 「브뤼셀」 구주공동시장의 통화회의 후에 공식태도를 표명할 것이다.
경제학자 「자크·뤼에」씨는 『올 것이 왔다. 「달러」가 더 이상 태환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10년전 제의한 통화개혁안을 거부하더니 이제 서방제국의 모든 통화를 흔들어 놓게됐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970년 대미국수출 20억「달러」, 수입 1백억「달러」로서 서방국에서는 미국화의 거래가 많지 않아 피해가 가장 적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파리=장덕상 특파원>

<서독 국제통화체제 전기기대>
서독의 모든 금·외환시장은 16일부터 폐쇄됐다. 금·외환거래업자들은 연방정부와 금융전문가들이 사태를 토의하는 동안 적어도 2일 동안은 외환시장의 폐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본」과 「프랑크푸르트」의 경제소식통들은 현재의 국제통화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어 이번 「닉슨」대통령의 조처는 새로운 국제통화체제의 기틀을 마련할 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한편 「콘라트·알러스」정부대변인은 「닉슨」대통령의 조처로 서독의 「마르크」화의 안정이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독금융시장중심지인=「프랑크푸르트」에서는 「닉슨」 대통령이 발표한 조치의 첫 충격이 가시는 대로 관계국들로 하여금 새로운 국제체제의 토대를 마련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닉슨」의 「달러」화 금태환정지가 긍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서베를린=엄상현 통신원>

<스위스 달러매입중지…사태관망>
「스위스」 경제계에서는 미국이 「달러」의 평가절하를 모면하기 위해 일본의 원 등 타국통화의 절상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닉슨」대통령의 발표가 있고부터 서구각지의 외환거래와 금시장은 전부 폐쇄, 「스위스」은행도 현재 「런던」에서 진행중인 구미재정회의의결과가 나올 때까지 외환업무를 중단하고 신중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비밀리에 진행중인 「런던」회담의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여기서 「폴·볼거」 미 재무차관은 서구각국에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전해졌다.
「달러」시장이 재개될 경우 「달러」는 투기가들의 압력으로 고정환율을 지양, 새로운 환율이 「런던」회담에서 합의될 때까지 유동환율로 거래될 것이 예상되고있다.
「제네바」의 업계 측에선 특히 「닉슨」대통령의 수입관세 10% 인상결정은 「스위스」의 대미수출에 타격을 가해 경제전반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제네바=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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