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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좌표설정의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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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1면

「베트남」전쟁의 단계적인 「베트남」화를 기점으로 일본에의 「오끼나와」시 정권 반환결정과 주한미군의 단계적인 철수 등으로 대 중공 분극화의 완화를 축으로 하여 .미국은 아세아에서의 긴장완화를 추구해 왔다. 바야흐로 하나의 외교적인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키신저」의 중공방문과 「닉슨」의 방중 결정으로 국제정치는 하나의 결정적인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로써 그간 한국전쟁을 계기로 대미 투쟁을 전개하는 반면에, 중소분쟁의 격화에 따라 반소수정주의투쟁을 전개하면서 중간지대 론을 원용하여 혁명외교를 추구하던 중공이 대미공존외교를 모색하여 국제무대의 문전에서 서성대기 시작했다.
미소지배체제의 타파를 위해 견제 적인 중간세력의 형성을 바라던 중공이 미중 관계개선의 「무드」에 의해 국제문제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허용 받게 되는 일보 전 상태에 들어감으로써 아세아의 국제질서가 서서히 재편성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키신저」와 「닉슨」의 외교적인 모험은 적어도 그간 아세아문제의 초점으로 되어온 「베트남」문제를 비롯하여 대만의 지위, 중공의 대표권문제, 그리고 동남아의 긴장완화 등 일연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타개책의 모색을 위한 전기로서 이해되고 있다.
「키신저」와 「닉슨」의 방중으로 즉각적으로 아세아문제를 해결해 준다고는 누구도 보지 않는다. 그러나 중공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아세아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게 되어있는 오늘날의 실정에서 본다면 그것이 「베트남」전쟁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문제이든, 대만의 법적 지위에 관한 문제이든, 중공의 대표권문제이든 또는 아세아에서의 평화문제이든지 간에 미국으로서는 중공과의 대화가 1차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닉슨」과 「키신저」의 방중은 그것이 곧 미·중 간의 문제해결을 의미한다느니 보다도 문제의 평화적 정치적 해결을 보장하는 의사유통의 통로를 마련한다는데 당장으로서는 더욱 큰 의의가 부여된다. 「아시아」에서의 후퇴전략을 추구하여 일본에 의한 대역을 바라던 미국이 「닉슨」의 「이니셔티브」에 의하여 적극적인 대 중공관계개선에 직접선수를 씀으로써 그간 대 중공 자세의 정립에 주저하던 일본의 대 「아시아」「리더쉽」의 성소전망을 시사한 느낌마저 없지 않다. 이러한 전망에서 본다면 상황의 진전여하에 따라서는 일본으로 하여금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회의를 일으키게 하여 어느 시기에 가면 일본의 독자적인 핵 개발을 자극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여기에 우리는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새로운 국제경경에 접어들게 된다. 미·중 접근으로 「아시아」의 국제질서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미소중심체제에서 핵 보유 3개국인 미 소 중을 중심으로 재편성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미소중심의 양극 적인 질서가 미 소 중의 3극적인 질서로 재편성된다는 것은 우선 일본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한에 있어서는 군사적으로 미 소 중의 3극 구조로 틀 잡혀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미 지적한바와 같이 미국이 대 중공 접근에 있어 일본에 대한 기대에서부터 스스로의 직접적인 「이니셔티브」의 발휘로 전환하고 있다는 추세에서 본다면 일본에 대한 핵 개발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기타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쳐 핵 확산을 자극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군사적으로는 기본적으로 3극 구조이면서도 잠재적으로는 더 다극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소·중·일의 4대 노력에 의해 아세아질서가 재편성될 것인바 미·중 접근이 소련의 대미접근을 더욱 자극하면서 중소관계는 대립관계에서 점차적으로 아세아에서 경쟁관계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이러는 가운데 「아시아」는 정치적으로. 더욱 다원화경향을 띠게되어 우리의 정치환경이 크게 변화될 것이 예상된다.
군사적으로 3극 구조 속에서의 군사 전략적 균형을 유지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여 정치적인 다원구조 속에서의 현상의 유지-안정화가 강대 세력에 의해 앞으로의 새로운 질서로서 추구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군사적 구조형성의 전망이 앞으로의 우리의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좌표설정을 규제하는 기본요인으로 작용하게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외교적으로 다양한 정치환경을 맞이하게 된다. 종래 우리의 외교는 「이데올로기」와의 유착에 의해 성격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다양한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냉전적인 대결논리 위에 서던 외교의 자세를 점차적으로 국가적 실리를 위해 「이데올로기」에서 해방시킬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앞서 이러한 국제환경의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변화를 대내적으로 아무런 큰 위험 없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가 가장 급선무이다. 다시 말해서 국내 정치적인 충격 없이 국제환경의 변화를 적절히 소화하여 외부세계에 적응해 나가는데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안보에 새로운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안보는 결코 군사적 방위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기본적으로 군사적 안보가 전제되면서도 정치적 차원에서의 동시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군사적 기대적 안보에서 정치적 상대적 안보에의 전환을 국제 환경이 요구하고 있다. 긴장완화의 추세 속에서의 안보가 군사적 기대적 안보의 극소화와 정치적 상대적 안보의 극대화를 의미한다면 우리의 국가적 실정에서 보아 군사적 안보와 정치 외교적 안보의 양자를 어떻게 절충, 융합시킬 것이냐가 우리의 앞으로의 과제이며 이 틀 속에서 우리의 자주국방의 개념과 형태도 정립되어야한다.<김승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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