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짝 쿵쿵짝~ 북 두드리며 자녀들 앞에서 '신명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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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교실에 참여 중인 탕정중학교 학부모들이 장단을 맞추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아산 탕정중학교가 학부모들의 건전한 여가생활을 위해 마련한 ‘난타교실’이 호응을 얻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탕정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리는 난타교실에 참여 중인 학부모는 30여 명. 처음에는 단순히 취미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아이들 앞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갖고 있다. 지난 24일 탕정중학교에서 난타 연습에 한창인 학부모들을 만나봤다.

‘쿵짝 쿵쿵짝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이날 오후 4시. 아산 탕정중학교 1층 시청각실 문틈 사이로 아리랑 장단에 맞춰 북 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문을 열고 시청각실로 들어가니 10여 명의 중년여성이 요란하게 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저마다 성인 허리까지 오는 큰 북을 앞에 놓고 채를 양손에 쥐고 신명 나게 난타를 배우고 있는 이들은 모두 탕정중학교 학부모들이다.

 “처음에는 강좌에 참여한 학부모님들이 난타를 단순히 취미활동으로만 여겼어요. 출석률도 썩 좋지 못했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배우려는 열기가 뜨거워요. 이젠 출석률도 매회 100%고 수업태도도 아주 좋아요. 참여 학부모들이 모두 난타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볼 수 있죠.”

학부모 난타교실을 담당하고 있는 강순규(52·여) 교사의 얘기다. 지난 7월부터 실시된 탕정중학교 학부모난타교실은 현재 2개 반으로 운영될 만큼 인기가 좋다. 목요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가량 1부 수업이 진행되고 5시부터 6시까지 2부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을 빠지는 학부모가 거의 없을 정도로 참석률도 높다. 탕정중학교 학부모라면 누구나 무료로 신청할 수 있는 학부모난타교실은 탕정중학교 인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부 지원비를 받아 운영되고 있다. 기업체와 학교가 연계해 실시되는 사업인 만큼 수업의 내용이 알차고 연습 도구 등도 잘 갖춰져 있다. 관내 다른 학교에게도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을 만큼 호응이 좋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집에서 무료한 생활을 하죠. 그런 학부모들을 위해 다른 학교에서도 최근 다양한 강좌를 실시하고 있어요. 앞으로 저희 탕정중학교도 난타교실 이외에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강좌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난타 배우고난 뒤 웃음 많아져

난타를 배우는 주부들에게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고 하니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달 12일 열린 탕정중학교 축제 ‘온샘골’에서 무대에 올라 전교생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을 선보였던 일은 이들이 매사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몫을 했다.

 온샘골 축제는 기존 아이들만의 축제에서 탈피해 ‘엄마와 함께 하는 축제’로 꾸며졌다. 난타교실에 참여중인 학부모들은 축제에서 트롯과 가요, 힙합 등의 음악에 맞춰 10여 분간 신명나는 난타를 선보였으며 공연이 끝나고는 아이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을 만큼 호응을 얻었다. 전교생 모두 그간 보지 못했던 엄마들의 멋진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학부모 장숙경(41)씨는 “자녀가 보고 있는 가운데 무대에 올라 난타공연을 하고 박수까지 받으니 ‘엄마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앞으로 난타를 더 열심히 배워서 아이들에게 자주 공연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강은경(39)씨는 “난타를 배우니 성격도 확 달라졌다”며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 탓에 평소 잘 웃지 않았는데 난타를 배우고 아이들 앞에서 공연도 하고 나니 성격이 활달해지고 웃음도 많아졌다”고 흐뭇해했다.

난타교실 학부모들은 자녀들 앞에서 멋있는 공연을 펼치기 위해 지난 몇 주간 구슬땀을 흘려가며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주 1회 실시하는 강좌 이외에도 매일같이 시청각실에 모여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연습했다. 강 교사는 “지난 몇 주간 학부모들이 매일같이 자발적으로 나와 박자를 맞추고 퍼포먼스를 연습하는 등 고생을 했다”며 “혹시라도 아이들의 공부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하며 정규수업이 모두 끝난 시간에 연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난타를 배우고 있는 탕정중학교 학부모들이 온샘골 축제의 동아리 발표회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탕정중]

난타 때문에 더욱 화목한 가정생활

난타로 인한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난타를 배우고 있는 주부들 중 대다수는 “난타 때문에 예전보다 가정이 더욱 화목해졌다”고 했다. 난타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데 있어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평소 가족들과 대화의 시간이 부족했다던 김정화(47)씨. 가씨는 얼마 전부터 주방용품을 이용해 가족들 앞에서 ‘자신만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대화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었고 가족들 모두 난타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다. 김씨는 “항상 남편과 아이들을 먼저 챙기다 보니 무엇인가를 배울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엄두도 나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아이 학교에서 난타를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미활동으로 이어지게 됐고 가족들 앞에서 자랑 삼아 공연을 보여주다 보니 사이가 예전보다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탕정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백명숙(38)씨. 백씨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난타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목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에는 아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난타강좌를 듣는다. 취미생활이 같아지니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유대관계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백씨는 “사춘기인 아들과 의견충돌이 있을 때가 많았는데 난타를 함께 배우면서 그런 점들이 많이 개선됐다”며 “세대차이가 나는 아들과 ‘난타’라는 공통점이 생겨 기쁘다”라고 말했다. 탕정중학교 난타교실을 지도하고 있는 이정애(51·여) 강사는 “난타 지도 경력 5년 차인데 학부모들의 열정에 깜짝 놀랐다”며 “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어 습득력도 빠르고 언제나 웃는 얼굴이어서 지도를 하는 나조차 엔도르핀이 돈다”고 말했다. 이어 “평일에는 다른 지역에서 강의를 하고 목요일마다 이곳으로 오는데 올 때마다 발걸음이 가볍고 신이 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탕정중학교 난타교실 학부모들은 정기적으로 학교 축제나 지역행사 등의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실력을 계속해서 뽐낼 예정이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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