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영국에서의 하원의장 선거는 꼭 말의 향연과도 같다. 그리고 그 광경은 선거라기보다 의식에 가깝다.
전통적으로 의장후보의 지명은 꼭 『의원의 아버지』(한번도 낙선한 적이 없는 최다선 의원)가 한다. 그는 이상적인 의장의 정의를 내리면서 특정의원의 지명이유를 댄다.
그 뒤를 이어서 재위 의원의 찬성 연설이 있은 다음에 의장후보의 연설이 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그가 아직 「스피커」가 아니라 「스피커·일랙트」(speaker-elect)이다. 아직 여왕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가 있은 다음에야 그는 『의원의 아버지』와 찬성연설 의원에게 이끌려 의장석 쪽으로 걸어간다.
그러나 앉기 전에 반드시 감사의 말을 해야한다. 그러면 그때까지 「테이블」밑에 숨겨뒀던 직장을 위원장이 「테이블」위에 올려놓는다. 이때부터 비로소 의회가 성립된다.
그러나 의식은 또 남아있다.
각 정당대표가 이상적인 의장상을 차례로 피력할 차례다. 『위대한 의장이란 꼭 폭풍과 싸우며 이틀 이겨내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위험을 먼 곳에서부터 예견하고, 이를 잘 피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또 모든 의원의 마음으로부터의 지지를 받아야합니다…. 실로 의회의 위대함과 권위는 의장직의 명예와 품위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서기1922년 보수당의 「보너·로」수상 말) 그 뒤를 제1야당인 노동당 당수가 이어서 말한다. - 『…의장직의 권위를 높이는 것은 의장개인의 일은 아닙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의장의 권위를 보지하고, 그 권한행사에 협력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연설들을 추려보면 영국에서는 이상적 하원의장의 조건은 첫째가 나무랄 데 없는 고결한 인물, 둘째 절대로 감정에 흐르지 않고 「유머」에 넘치는 사람을 치는 모양이다.
이렇게 하여 하원의장의 선출이 상원을 거쳐 여왕의 윤허까지 얻고 나면 하원의장은 『국가 제1의 평민」이 된다. 그러나 의장이란 몹시 거북한 자리다.
우선 그는 조금이라도 편파의 의심을 받지 않도록 원내 식당이나 끽연실·「클럽」·영사실 출입도 삼가야 한다. 어느 의원과도 특별히 친하게 사귀어서는 안 된다.
명의장의 소리를 듣던 「필」(Robert Peel)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의장에게는 정치도 당도 없다. 그저 국사를 다루는 2대 정당 사이에서 공평무사하게 의장석에 앉아 있도록 노력할 뿐이다.』
의장은 자리에 앉기 전에 꼭 세 번 씩 의장석에 절을 하도록 되어 있다. 영국하원의 권위가 저걸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우리도 오늘 국회의장을 뽑았다. 이를 우리는 「스피커」라 하지 않고 「체어맨」이라 부른다. 그러나 다른 것은 결코 말만이 아닐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