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운전사 양산에 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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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범택시에 도색된 빨강·노랑·초록의 3색 선이 말썽이다. 일반 택시업자들이 3색 선을 두른 모범택시에 손님을 빼앗기고 모범운전사들이 일반택시에 비해 몇 가지 특례를 받는 소위 모범운수회사 (모범운전사들만이 모인 회사)로 대거 이적하는데 반발, 3색선 폐지를 서울시에 건의함으로써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모범운수회사에서는 안전운행으로 도시교통의 명랑화를 기하고 시민들은 물론 외국관광객들과 맺어온 친밀한 유대를 위해 3색 선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같이 일반택시업자와 모범택시업자들이 3색선 존폐를 두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6월20일부터 경찰 측의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모범운수의 차량에 대해 3색 도색인가를 당분간 중지한다는 방침만을 세워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거리를 달리는 택시는 모두1만2천5백18대. 이중 약 1할 꼴인 1천2백81대가 모범운수소속으로 3색 선을 둘렀다.
모범 택신가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69년10월. 택시운전사들이 김포공항, 관광호텔 등에서 외국인 손님들에게 갖가지로 바가지를 씌워 말썽을 부리자 당국에서 모범운전사들로만 구성된 택시회사를 육성하면서부터이다.
당국은 ①모범운수 소속의 택시에 3색 선을 도색 하도록 하고 ②김포공항, 주요 관광호텔 정류장 등엔 3색 선을 두른 택시만이 대기할 수 있게 하고 ③통행세에서 한달 중 20일 영업기준으로 과세 (일반택시는 30일 기준) ④교통법규위반 10회까진 행정처분면제 등의 특혜를 주었다.
그 대신 이들에게 「러쉬아워」때 교통경찰의 보조근무, 교양실시 등을 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모범운수소속의 택시 숫자도 적고 모범운전사로 엄선되어 불평이 없었으나 작년 말부터 모범운전사들이 급격히 늘고 따라서 모범운수업체도 늘어나 일반택시와 경쟁의 대상이 되고 합승행위를 하는 등 행패가 나타나자 말썽이 잇달았다.
결국 3색선 시비의 발단은 시경의 무질서한 모범운전사 양산에 근본원인이 있다.
현재 모범운전사가 되려면 시범운전사가 된 후 6개월 내에 3회 이상 교통법규위반 사항이 없거나 5년 이상 무사고 운전사로서 1년에 1회씩 경찰에서 검사하도록 돼 있으나 작년 말부터 시경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수시로 발부할 수 있다는 관계규정을 이용, 모범운전사증을 마구 내줌으로써 급격히 늘어났다.
택시업계에선 『돈만 쓰면 누구든지 모범운전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3색선 시비에 대해 시가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자 서울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만약 관계당국이 불합리한 3색 선제를 빨리 폐지하지 않으면 서울의 모든 택시에 3색 선을 칠하라는 지시를 내리겠다』고 강력히 맞서고 있다. <채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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