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기저 도사린 전위운동-「뉴요크」반항 미술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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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추상적 형상과 색채로 조화를 이룩하고 복잡한 세계의 현실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 현대미술의 공식처럼 돼있다. 그러나 요즘 「뉴요크」현대미술관이 주최한 「반항미술가전」은 이런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특수한 미전이다.
「뉴요크」현대미술관은 이번에 회화·조각·「포스터」·벽화·사진·「프린트」 등 4백 점이 넘는 사회적·정치적 항거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지난 수십 년 동안의 현대미술의 주조 적인 유파를 대표하는 것이었다.
순수한 추상화가들도 사회적·정치적 태도표명에 있어서 강렬했다. 가장 순수한 작가라고 알려진 「바네트·뉴먼」마저 자기작품을 자본주의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던 것 같이 이번 전시작품들은 암암리에 정치색채를 보이기보다 직선적으로 정치적 표현을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전시회는 한편 잡다한 표현의 덩어리로 과격한 사회주의 「리얼리즘」류 작품 옆에 가라앉은 「폽·아트」류가 있고 재빨리 그린 「포스터」옆에 오랜 시간이 걸린 그림들이 걸렸다. 「로버트·미터웰」의 서정적인 추상화 『「스페인」공화국의 애가·54』옆에 흑인의 강렬한 반항을 그린 「베니·앤도루즈」의 『더「게임」은 없다』가 걸린 식이다.
이 전시회는 단순히 전문적인 미술수법으로 정치문제를 표현한다는데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문제의 내용에서부터 항거미술을 통해 그 목표에 적합한 수단을 찾고자 하는데 뜻이 있다.
「조르지·루오」의 1914∼27년 연작 『시편 제51편』은 동기와 형태에 있어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다. 「멕시코」벽화가 「시게이로스」의 20년대 30년대의 두 작품은 특히 인상적이다.
그의 『외침의 메아리』에선 고통받는 검둥이 어린이가 자기 입에서부터 뒤엉킨 유산탄의 땅에 나오고 있다.
그의 「이미지」에 나타난 확신은 반체제적이고 반전 적인 것이며 기분적으로 소시민적이라고 평론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 공격대상이 된 정권이 어떤 것이든 작가들의 목표는 같은 것이었다. 20세기의 평온한 표면 아래엔 활활 타오르는 정치적 기저가 도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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