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D 본격화 … 미사일 잡는 미사일 112대 들여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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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리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대량 보강하기로 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의 일환이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요격하면서 유명해진 미 육군의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7일 “정부가 최근 미국과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의 추가 구매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 미국 군수물자 판매를 총괄하고 있는 미 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DSCA)도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DSCA는 “한국 정부가 패트리엇 미사일 112기와 관련 장비 및 부품, 훈련, 군수지원을 구매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 왔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미국이 주요 군수물자를 해외에 판매하기 위해선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의회 승인을 얻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번에 구매를 추진하는 미사일은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엇 2(PAC-2)의 최신 버전인 GEM-T로 전해지고 있다. 기존의 PAC-2보다 레이더 성능과 소프트웨어를 개선한 것이다.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초음속 전투기가 공군기지를 공격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구매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GEM-T는 탄도 미사일, 초음속 전투기, 순항 미사일, 항공기 등을 격추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30㎞까지, 초음속 전투기의 경우 150㎞까지가 사정권이다. 112대를 구매하는 데는 4억400만 달러(429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PAC-2의 효용성을 놓고선 논란의 소지도 있다. 걸프전 때 등장한 미사일을 한 차례 개량한 PAC-2는 목표물 근처로 날아가 폭발하며 파편을 퍼뜨려 격추시키는 확산탄이다. 반면 PAC-3는 목표물을 직접 공격하는 직격탄이다. 이젠 구형이 되어버린 PAC-2는 명중률이 40%를 밑도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PAC-3의 명중률은 70%대로 그보다 높다.

 하지만 PAC-3 미사일 자체의 가격이 50%가량 더 비싸고 레이더나 발사대 등을 구비하는 데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한다. 군 관계자는 “미군은 가장 최근 개발한 패트리엇 3(PAC-3)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도입·배치하는 데 시간도 많이 소요돼 우선 PAC-2 가운데 가장 최신형인 GEM-T를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에 가격과 긴박성을 이유로 GEM-T를 대거 도입하기로 했지만 나중에 다시 PAC-3를 들여오려면 자칫 이중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편입되지 않고 독자적인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실효성을 감안하지 않고 다소 무리하게 도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용수 기자

◆패트리엇 미사일=미국 레이시온사가 1980년대 말 개발. 복수의 적기 및 공대지 미사일의 중·고공 요격용으로 설계됐다. 미스트랄이나 나이키 같은 저(低)고도 미사일이 아닌 중·고공용 요격미사일이라 지상에서 24㎞까지 상승해 목표물 요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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