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가는 산업별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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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의 기업활동분야에는 산업별경계선이 사라져가고 있다. 모든 산업부문이 기업의 활동무대로 되고있는 것이다. 예컨대 식품제조업체가 「레저」산업에 진출한다든가, 섬유회사가 석유산업에 진출하는 등 성장산업으로 지목 받는 곳에는 어느 기업이든 참여하고 있다.
종래의 기업경영개념으로는 각각 전문화한 기술과 전통을 자랑하면서 자신이 소속한 산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성공적인 경영의 비결이었다.
그러나 고도성장에 따른 기술의 다양화·자본의 거대화는 국제기업·복합기업 등을 이루어놓으면서 전 산업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놓으려 하고있다.
기업이 전문화를 팽개치고 다른 부문에까지 월경, 경영을 다각화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하나는 수요, 즉 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활필수품에서 TV·냉장고 등 단위충족시대가 끝나면 사는 환경에 대한 새로운 욕망이 머리를 들고, 이 욕망은 곧 새로운 수요를 유발하는 것이다.
주택 공해방지·교육·의료산업 등이 미래산업으로 각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선진공업국에서 일어나는 기업의 월경작전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①미래파형=해양·주택·레저산업에서 공업용 로보트·CATV까지 앞으로의 성장산업에 적극 진출한다. 수요의 스케일이 크고 따라서 대자금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타산업·타기업과 제휴하여 새로운 타입의 실전적 「그룹」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②수익파형=좋은 수익을 올리는 부문에 진출하는 케이스다. 식품제조기업이 레저산업에 진출하고 화학회사가 의학품 부문에 힘을 쏟고있다.
③자산파형=유휴자산을 전용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에서는 유휴토지를 애용, 식물원·볼링장을 만들어 수확을 거둔 예가 있다.
④「마키트」파형=상표이미지를 이용, 판매루트 활용을 노린다. 이미 확립해놓은 이미지를 관련사업 분야에도 끌어들여 성공할 것을 예상하고 진출한다.
⑤기술파형=이미 확보한 기술을 타산업에 전용한다. 철강 「메이커」가 「스테인리스」에 「카메라」회사가 의료기기 등에 진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⑥노무대책파형=사양산업인 탄광 등의 노동력을 다른 산업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범산업적인 기업활동은 이미 발견된 기술의 다양화와 여기에 따라오는 두뇌집단의 형성 등 참신한 의욕이 북돋워질 요소가 충분히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라이벌」로 바뀌는 산업재편성의 진통을 전제로 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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