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꿈이 영그는 방학을…

대학생시절에 여름방학 같이 희망에 부푼 기간은 다시 없을 것이다. 방학에 들어가기 전에 벅찬 계획을 세울 것인데, 이 계획이 차질이 없도록 각자의 능력과 재력에 알맞게 꾸며져야 한다. 계획 없이 방학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가장 대학생답지 않은 생활태도라고 하겠으니, 지금도 늦지 않았기에 권고하는데, 우선 계획에 따른 일정표를 꾸미기 바란다. 이러한 태도는 몸에 배어야 장래의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과학적인 또는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은 이런 계획작성에서부터 싹트는 것임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방학의 소비는 대체로 공부와 운동(「레크리에이션」포함)의 둘로 나뉠 것이다.
공부로는 가장 좋은 것이, 우리대학생의 공통된 취약점이라고 할 외국어의 공부에 실력을 기르는 일이다. 고향으로 내려가기에 앞서 우선 원서 몇 권 사 가지고 가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아침 저녁, 또는 나무 그늘에서 가벼운 원서 한 권쯤 독파한다면 그 방학은 황금의 방학이 될 것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방학이어야 하며, 한 걸음 나아가서 채집이나 조사로 방학을 값있게 할 수도 있다. 내가 대학생 때에는 방학만 되면 벅찬 계획아래 원서와 싸웠고 그 밖의 책읽기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없는 방학은 희망도 꿈도 가지지 않은 자의 「무위도식」형의 방학이라고 하겠다. 진정한 대학생의 방학은 「포키트」판의 소책자라도 지니고 다니는 장래의 꿈을 엮는 시절일 것이다.
다음에 「레크리에이션」으로서 산과 들 또는 바다로 젊음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또한 방학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것은 어디를 가도 대학생다운 지성적인 품위가 풍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쾌하고 명랑한 행동 속에서도 이 품위가 풍겨져야하는데 내가 본 바에 의하면 비록 일부의 몰지각한 대학생이기는 하나, 산과 바다나 또는 여행도중에서 눈쌀이 찌푸려질 경우와 맞서게 된다. 내일의 「엘리트」가 이꼴이냐로 실망시킬 장면을 보면 정말 등에서 땀이 흐를 지경이기도 한다.
해수욕장에 가보면 「팝송」도 좋지만 「캠프·파이어」에 밤새도록 기타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뛰는 무리 가운데에 대학생도 끼어 있다. 남이 잠을 자든 말든 이 무슨 추태냔 말인가. 세계에 이런 해수욕장의 밤 풍경은 한국뿐이다. 내가 지난 정월 호주의 「시드니」시를 방문했을 때 얘기인데 밤에 「드라이브」삼아 해수욕장을 찾아가니 조용한 가운데 파도소리뿐이었다. 일정 때의 해수욕장 풍경도 그랬다. 올 여름 대학생은 이런 타락장면의 일소를 위해 분발 있기 바란다. 지금 사회정화의 정풍운동이 일어나는데부터 대학생들은 이런 타락풍 일소의 선구자로 나서기 바란다.
산에 오르는 것도 좋다. 취사하고 떠날 때 뒷청소를 깨끗이 하기 바란다. 「라면」봉지는 몇 해를 가도 썩지 않으니 반드시 거두어 가지고 가야하며, 나무는 꺾지 말고, 공덕심의 시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특히 차중의 태도에서 대학생의 품위와 권위를 지켜주기 바라는데 때로 만취한 대학생이 노래를 부르고 남이 있든 없든 떠드는 것을 본다. 멀찍이 앉은 손님들이 욕하는 말을 여기 되풀이 할 용기는 없지만, 차를 타면 점잖아야 함이 신사의 위치에 오른 대학생이 아니랴. 예의를 갖춘 「엔조이」속에 대학생의 품위가 깃들인 것이라고 하겠다. 고교생이나 중학생의 난동을 꾸짖고 시정할 「엘리트」정신이 아쉽다.
나는 권하고 싶다. 여름 방학에는 공부와 아울러 유쾌하게 젊음을 「엔조이」하라고. 수영이라면 자기의 종전기륵록 더 올릴 수도 있고 고적답사라면 답사기록을 작성할 수 있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대규모의 산행에 참가하든지 한 지방의 실태조사로 「필드·워크」로 나가든지…. 얼마라도 보람찬 일이 있을 것이다. 대학생다운 행사로 심신의 단련을 꾀하기 바라며, 이것이 뒤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번 방학은 알맞은 계획에 따라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이런 계획이 없이는 여름방학이란 순식간에 허송되고 마는 법이다. 무질서한 생활로 건강까지 해치기 쉬운 것도 방학이니, 부디 보람찬 방학이 되도록 지금부터 짜임새 있는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이숭령(서울대 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