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6)「댄스」교습소의 양성화|박외선 <이대 무용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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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양성화」란 말이 유행인 것 같다.
「잡부금 양성화」「과외수업 양성화」「판잣집 양성화」등이 최근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더니 결국 「댄스 교습소 양성화」까지 등장했다. 이들 모두가 물의를 일으켜오던 사회악이란 점에서 공통적이고 또한 당국의 이러한 방침은 철저한 단속을 위한 양성화란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일전 내무부의 『「댄스」교습소를 양성화시킬 방침』이란 보도가 있자 이어 문교부는 이를 『고려조차 못하겠다』고 반대하고 나선 것 같다.
양성화하겠다는 쪽이나 안된다는 쪽이나 모두 일리는 있다.
그러나 놀랄 일은 이제 와서 당국이 「댄스」교습소 문제를 가지고 논란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교 「댄스」가 서양에서 들어온 것은 물론이고 우리 나라는 해방과 더불어 유행의 물결을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인간 생활이 존재하는 한 향락과 오락이 따르기 마련이고 또한 즐거운 향락과 오락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현실에서 사교 「댄스」는 건전한 의미의 오락으로 즐기기보다는 사치와 허영 또는 불건전한 풍조를 조장시키거나 심지어 이것으로 가정의 파탄을 가져오는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사교 「댄스」가 친구나 애인 또는 가까운 사람들끼리 즐기는 것이라면 구태여 「댄스」교습소까치 찾아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난잡한 분위기 속에서 음란성까지 띤 동작을 애써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도마 위에 올려놓아야 칼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독버섯을 길러 깨끗이 씻어 먹겠다는 위험한 사고와 상통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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