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지위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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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한여학사협회는 24일 상오10시 『여성의 지위는 어디까지 왔는가』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열고 장경학 교수(동국대·법률분야) 송건호씨(동아일보 논설위원·정치 사회분야) 김입삼씨(전경련부회장·경제분야) 정희경씨(이화여고 교장·가정분야)의 주제 발표를 듣고 토론회를 가졌다.
정치·사회분야에서의 여성의 지위에 대해 강연한 송건호씨는『남녀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여성이 가진 자질과 기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며 남성과 기회균등의 입장에 선다는 뜻』이라고 풀이하고 이 평등이 『남성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즉 여성 지위향상의 참 뜻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이유 없이 남성에 비해 차별대우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법률적으로는 많이 향상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법률이 보장한 권리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다』고 강조한 그는 이 현상의 원인이 한국여성들의 불합리한 애정생활에 있다고 풀이했다. 따라서 여성들이 스스로의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여성지위향상에 관한 한 아무리 사랑하는 남성이라도 절대로 자기편이 아니라는 남성들의 양면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송씨는 여성의 정치적·사회적 무관심, 그리고 계나 동창회를 통한 사회참여는 오히려 여성지위향상에 해가 된다고 밝히고 여성자신이 좀더 자신의 실제 지위향상에 관심을 가지고 토론회나 조사연구로 이를 타개해 나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법률분야에서 강연한 장 교수는 여성의 지위가 법률상으로는 많이 향상되었으나 민법에서 아직도 많은 조항에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조문보다 이의 사회적인 해석과 여성자신들의 자각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도계급에 속하는 소수의 여성들만이 토의나 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대중 속에 파고들어 여성을 계몽시켜 주어진 여성의 권리나마 행사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정분야에서 강연한 정희경씨는『여성의 지적인 능력이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열등하다는 관념, 신체적인 면에서 더 나약해야 한다는 관념 등은 오랜 시간을 두고 극화된 문화적 관념』이라고 풀이했다. 인간 역사는 이러한 문화적 관념을 더 극화시켜 남녀차별의 근거를 강화해왔다고 지적한 그는 남녀동등의 근거는 새로운 기능배경과 역할배경에서 찾아야 하며 일그러진 현대 가정 안의 남녀협동관계를 바로잡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 가정에서 여성은 많은 발언을 하게 되었으며 가정경제의 주무가로서 경제력이 강해졌고 자녀의 혼사나 기타 가정행사의 계획과 실천에 강력한 결정권을 쥐고 있다. 또 여성은 가족관계를 규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정 내 권한이 비대하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그러나 이러한 가정 내 권한의 비대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재래의 『바람직한 여성상』이란 문학적 선입견을 남녀모두가 청산하지 못한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여성스스로가 가정 내에서 문화적 선입견을 조용히 확실하게 혁명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분야에서의 여성 지위에 대해 김입삼씨는 법, 제도 면에서는 선진제국에 뒤떨어진 것은 없으나 실제적으로 법의 운영에서 여성이 차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 면에서 전문직업에 속하는 몇 개의 직종을 제외하고는 남녀간의 격차가 약 10%나 된다.
또 승진에서도 한국여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다는 김씨는 대응책으로 인적자원개발과 중산층이상 여성의 책무와 역할의 강화, 남녀평등에 대한 가정교육의 철저한 주입을 주장했다.

<권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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