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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반갑고 다행스런 개강|유홍열<전 서울대 총장대리·성대대학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대학교 4개 단과대학에 대한 휴업령이 해제되어 24일부터 정상수업에 들어가게 된 것은 반갑고 다행한 일로 생각한다. 서울대학교는 경성제대 재학 때부터 인연을 맺어 총장직무대리 등 40년 동안 음양으로 관계가 있었던 나는 서울대학교 문제에 항상 깊은 관심을 기울였고 학생들이 문닫은 교문 밖을 서성거리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심경을 감출 수 없었다. 비단 서울대학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휴업령 해제가 이번 학기 동안 끊임없이 술렁대던 대학가를 정상화하는 제1보임을 생각하면 학원 가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사제지간의 격의 없는 대화의 광장이었다.
교수가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학생을 사랑하던 과거에는 모든 일이 대화로 해결되었었다.
교수들이 학생간부와 일일이 대화할 수조차 없게 양적으로 팽창된 오늘날 학생층은 소수의「리더」에 의해 이끌리는 것이 필연적인 현상이지만, 이들 「리더」가 진정한 「리더」인지 또는 「리더」간의 마찰이 있는지에 따라 대화의 벽은 더욱 두껍게되게 마련이다.
지난달 27일 휴업령이 내려질 때 서울대 총학생회장단이 28일부터 정상수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음에도 일부 대학 대의원회가 총학생회장단과 반대되는 결의를 했음은 단적으로 「리더」의 부재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중에 파생되는 문제의 심각성을 예견하여 학생징계를 신중히 다루어야 했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의사는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이 마당에 위정자와 교수, 그리고 그들의 요구조건이 한가지도 충족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부학생층은 모두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데 노력을 기울여 서로간의 타협점을 발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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