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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에 돌아온 중공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6일 주한 유엔군 당국은 중공이 지난 12일자로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중공대표로 하거약을 임명했다고 밝히고, 하가 다음 본회의부터 판문점에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무엇보다 미­중공 관계개선의 회오리바람이 판문점의 존재양식에까지 파동을 미치고 있다는 최초의 움직임으로서 우리의 비장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판문점 휴전 협정은『유엔군 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북괴 최고사령관 및 중공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휴전협정에 따르면, 이른바『중공 지원군사령관』은 군사분계선, 이북의 비무장지대를 비롯해서 군사정전위원회 공산 측 위원(5명)의 임명, 중립국 감시위원회의 공산 측 중립국(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의 지명 등에 있어 북괴군 최고사령관과 공동으로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따라서 중공대표가 판문점에 나타났다고 해서 새삼 놀랄 것은 없다.
그러나 한때 판문점에서 철수했던 중공대표가 다시 복귀한다는 것은 현재의 국제조류와 연관해서 볼 때 그 배후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해야할 문제성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판문점에서의 중공대표는 1966년 8월5일 정전회담 제228차 본회의(당시대표 정 감 여)를 마지막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당시 중공대표가 철수한 이유는 중공-북괴간의 관계악화 때문으로 추측되었다.
사실상 중공의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 기간 중 중공과 북괴의 대립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판문점에 중공대표가 복귀했다는 것은 제1차 적으로 중공-북괴간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지만, 그와 아울러 미-중공관계 개선을 .위한 막후 외교의 어떤 반응 또는 신호가 아니냐하는 정도 결코 추측하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이른바 미-중공간의 핑퐁 외교이래 미국의 대 중공정책에 있어서 우선 주목되는 것은 해병을 위한 막후외교와 분위기조성이라고 하겠다.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대통령이 중공-북괴-월맹을 방문함에 있어서 그가 미-중공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중재 역을 맡고 있다는 것은 이게 공공연한 비밀로 돼있다.
미국은 최근 대 중공금수해제 조치를 단행했는가 하면, 유엔군 측은 한국 비무장지대의 평화활용 안을 제안했다. 또 유엔군은 오는 6윌30일로써 VUNC를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 모든 사실들은 통틀어 미국과 주한 유엔군은 그들 입장에서의 대 중공 또는 대 북괴 교섭에서 적대 행위의 심벌이 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완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판문점에 중공대표가 복귀하도록 유엔군 측 자체가 희망했는지는 알 수 없어도 휴전협정 또는 비무장지대를 정상화함에 있어서나 한국에서의 긴장 완화를 위한 중공과의 비공식 접촉이 불가피 하다는 판단 아래 미국이나 유엔군 측으로서는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판문점에서의 북괴 및 중공의 새삼스런 공동보조 내지 통일전선은 우리로서 현 시점에서 특히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점이다. 미-중공관계가 진정한 의미에서 완화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한반도에서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유엔군 측에 대한 경계심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우리정부로서는 판문점의 양태가 크게 전환하고 있음을 각별히 주목하고 그 대비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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