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지대의 평화활용제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군사 정전위원회 유엔군 측 수석대표 필릭스·M·로저즈 미 공군소장은. 12일 제3백 17차 본회의에서, 비무장지대 안에 구축된 진지·무기·군사요원을 철거하고 민간인이 이 지대에 들어가 평화로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협의를 갖자고 북괴에 제의했다.
이는 현재 난마와 같이 유린, 파괴되고 있는 휴전협정을 정상화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 실천 가능한 평화안이 된다는 점에서 한국 민은 물론 세계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잘 알러져 있는바와 같이 비무장지대의 설정은 한국 휴전 협정위 핵심적인 부분이다. 비무장지대는 쌍방 무력충돌의 예방과 그 감축을 목적으로 한 명실상부한 완충 지대로서 휴전협정에는 이 문제에 관한 상세한 조항들이 규정되어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지대에는 한정된 민사경찰만이 출입 또는 감시할 수 있고, 무기는 소총규모로서 일체의 진지나 병력·중장비를 도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북괴는 휴전 후 제1차 적으로 군사분계선 또는 비무장지대를 침범하여 무력충돌 사건을 도발했는가하면 그 숱한 무장공비와 간첩들을 남파시켰던 것이다. 현재까지의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한 남북대치에 있어서 북괴는 항상 공격적이며 도발적이었던 반면, 한국이나 유엔군 측은 방어적·수세적이었으며, 그나마 오늘날의 비무장지대가 명목상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단지 우리가 북괴의 공격도발을 실력으로 억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유엔 군 측은 문자 그대로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북괴에 촉구하였다. 북괴가 진정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할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유엔 군 측 제의를 즉각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북괴는 지난 4월12일 이른바 8개 평화통일안을 제의한바있었던 것인데 북괴는 이제 이런 유의 상투적 거짓 선전에 광분한 것이 아니라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유엔군 측 제의를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북괴대표는 즉석에서 그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것은 북괴가 휴전협정을 준수할 의사가 추호도 없음을 다시 드러낸 것으로서 이 엄연한 사실을 유엔과 세계는 다시 한번 직시해야 할 것이다.
휴전협정이 침범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의 긴장이 누구 때문에 고조되고 있는 가를 이 기회에 명백히 간파하고, 그에 관한 대책에 각국은 협조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유엔군 측 제의는 시기적으로 급변하고있는 세계조류와 결코 전관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구라파에서의 동서해빙을 비롯해서 미·중공 관계의 완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긴장 완화는 이제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국제적인 여망으로 돼있다. 특히 미·중공문제로 세계의 눈은 동부 아시아에 집중되고있다. 최근 미국하원이 한국문제에 관한 청문회를 가진 것도 이와 같은 시기에 한국문제에 대한 미국 조야의 관심의 표시라 보겠고, 하다못해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대통령의 중공·북괴·월맹방문에 대해서 주목하는 것도 전기한바와 같은 국제조류 때문이라고 하겠다.
유엔군 측의 제의는 이와 같은 시점에서 한국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하나의 이니셔티브라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다름 아닌 북괴가 이 제안을 즉석에서 거부하고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계속 긴장을 조성하기에 여념이 없는 북괴의 호전성과 도발성에 대해서는 전세계의 평화애호국가 국민들의 규탄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에서 현상이나마 휴전이 유지될 수 있는 김이 북괴 도발에 대한 억지와 무력균형에 있음을 재인식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각성을 비롯해서 세계의 협조를 희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