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성과 국가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성신여사대 교육학과는 제3회 학술 「세미나」를 10일 하오 교육회관 강당에서 열고 「여성과 국가발전」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주제 강연「여성과 국가발전」(윤태림·연대)을 비롯해서 「여성과 교육적 역할」(김선양·성신 여사대),「여성의 사회적 역할」(정광모·언론인), 「여성의 정치적 역할」(이범준·이대), 「여성의 경제적 역할」(조동필·고대)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다음은 윤태림 교수의 주제 강연을 간추린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 나라 여성들이 과거의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로부터 벗어나「진정한 자유인」으로서 자신을 갖추어 사회정의를 위해 항거하고 자기자신을 진실하게 살펴 나아간 다면 국가의 굳건한 일꾼이 될 것이다.
「국가」라는 개념은 하나의 추상관념이지만 한사람의 소중한 개인을 떠나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남성만이 국가를 위하고 국가를 생각해야한다는 과거의 전통과 여성 스스로가 인종 하던 관습은 마땅히 개선돼야한다.
여성이 국가발전에 기어한다는 것은 여성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실속 없는 내용보다는 자기가 맡은 소임을 자기의 소신대로 완수하는 진실성이 곧 국가에 기여하는 길이다.
다만 자기 소임을 소신껏 실행하되 뚜렷한 하나의 방향감각이 곧 사회정의 실현을 향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사회정의실천과 더불어 여성이 갖춰야할 것은 「저항 정신」이다. 이것은 남편에게 맞서 싸운다든가 구변으로 남성들을 능가하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저항 정신」이라는 것은 정의에 어긋난 일을 보았을 때 떳떳이 고발할 수 있고 자기의 소신에 어긋난 일을 당했을 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자기를 지킬 줄 아는 「용기」를 의미하고있다.
복종만이 미덕이 될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 억압과 굴종보다는 용기와 예지(슬기), 그리고 적극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여성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용기와 적극성·예지를 갖추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이 단계는 여성들이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동일성을 찾는 과정이며 발견한 개성을 올바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하는 탈바꿈의 단계이다.
올바른 개성의 발전 없이 번성한 국민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여성들이 큰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점이다. 인간의 모든 문화가 개성의 자유에 근거하고 꽃피웠다는 사실도 명심해야할 교훈이다.
「에릭·프롬」의 말대로 인간이 자기자신의 참다운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때 불안을 느끼게 된다.
자신과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한 여성은 하나의 인간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여성들은 진정한 자유인이 되려면 고독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이조시대이래 사회제도·풍습·법률에 지나치게 억압되어 자기자신을 발전할 시간과 여유를 갖지 못했던 우리 나라 여성들은 자신의 존재의 정당성을 찾고 생활의 의미를 발견하는데 용기를 가져야할 것이다.
우리 나라 고대시대에 모계사회가 있었음에도 오늘과 같이 여성이 의존적인 인간으로 변하게 된 것은 유교의 형식주의 때문일 뿐이다. 「프로이트」의 말대로 『여성은 가정·남편·자식 등을 통해서만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인간을 생물적인 존재로만 한정지은 견해이다.
「프로이트」를 비판한 「카렌·호니」는 오랫동안 여성이 정치적·경제적 지위에서 격리되어 사적인 정서생활에만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의존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된 것이라고 사회 문화적 관점을 강조했다.
여성에게 사회와 문화가 기회를 허용한다면 그들도 얼마든지 새로운 지위와 생활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 여성들은 자유인으로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자신과 자부심을 갖고 사회정의를 위해 항거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자기발견과 국가발전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