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의 한국문제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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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하원 외교위원회아시아태평양문제 분과위원회는 8일부터 한미 관계에 관한 비밀청문회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10일로써 끝나게 돼있는데, 여기에는 포터 주한 미 대사, 미켈리스 주한 미8군 사령관을 비롯해서 미국무성·국방성·국제 개발처 관리 그리고 한미문제에 관한 학자 및 전문가들이 증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갤러거 위원회로 불려지는 이번 미 하원외교위 아시아 태평양문제분과위원회(위원장 코닐리어스·갤러거·민주당의원)는 작년 2월 미상원외교위의 대외조약 및 공약분과위원회 <세칭 사이밍턴 위원회(70 2·24∼25)>에 뒤이은 한국문제에 관한 특별청문회라는 데서 우리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연의 일치인지, 또는 그것이 직접·간접으로 작용했는지는 몰라도 작년 사이밍턴 위원회의 비밀청문회가 있은 직후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그것이 실천된 것을 보면, 이번 미 하원 갤러거 위원회의 청문회 역시 앞으로의 대한정책과 결코 무관한 것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갤러거 위원회는 작년 9월에서 10월에 걸쳐 미·중공관계에서 『장차의 전략』에 관해 비밀청문회를 가진바있으며 그 이후 미국의 대 중공정책이 크게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다 아는바와 같다.
일반적으로 미 국회에서 가지는 청문회는 관계자들의 광범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것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항상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의 결정기관은 국회·행정부할 것 없이 다변적이라는 것과 여론을 중시하고 있다는데서 더욱 그러한 것이다.
갤러거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의 목적이 『아시아제국이 과연 최근 한국이 이룩한 개발 및 발전을 본받을 수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바있었다. 갤러거 위원장이 말하듯이 한국을 아시아 발전의 쇼·케이스로 삼는데 대해서는 우리로서 아무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한편 포터 주한 미 대사는 8일의 증언에서 한국의 정치·경제·군사·통일문제 등 광범한 문제에 관하여 현지대사로서의 소신을 보고했음이 공개되었는데 그 내용에 대해 우리는 우선 만족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국의 정세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동부 아시아의 정세를 미국의 조야가 지나치게 안이한 각도에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금 미국의 대아정책은 미·중공관계의 개선시도를 비롯해서 또 앞으로 조만간 조인될 오끼나와 반환협정과 더불어 일대전환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아울러 우리로서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미국의 자유중국에 대한 정책이다. 아직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하더라도 이 위원회는 두개의 중국정책을 굳히고 있는가하면, 중공의 유엔 안보이사국화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유엔 가입의 보편성원칙이라는 이름아래 한국 같은 분단국가도 똑같이 취급하자는 이론이 없으리란 법은 없으며, 또 미국이 지나치게 아시아 정세를 낙관할 뿐만 아니라 중공과 더욱 유화하기 위해서 아주에서는 물론 한반도에서의 미군을 더욱 감축시킬지도 모르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서의 개발과 발전의 한가지 동인으로서는 미국의 대한지원과 협조가 그 토대라는 점에서 이번 갤러거 위원회에서의 청문회와 더불어 우리가 간절히 바라고 싶은 것은 양국간의 신의와 우정, 그리고 상호협조관계가 더욱 공고해져야만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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