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다람쥐와 수출|전봉림<서울 용산 국민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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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제 멀지않아 가을이 되면, 또 일요일이면, 관광버스에 엽사들이 사냥복을 입고 엽총을 들고 허리에는 탄띠를 마치 훈장이나 두른 듯이 매달고 전국을 누비며 마구 화약 냄새와 연기를 뿜어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이제는 이 강산에서도 꿩들의 울음소리가 멀어져만 가는 것 같다. 정말 엽총을 들고 다니며 날아가는 짐승을 쓰는 것 외에는 건전한 스포츠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기에 나는 우리 학교에 동물원을 설치하고 동물들을 사육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심어주고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라면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라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되리라고 본인은 확신한다. 그러기에 금년에는 우리학교 동물원에 가족수도 늘리고 꿩알을 부화시켜 길러볼 생각이다. 줄어드는 꿩들의 가족들을 번식시켜 꿩들의 생태와 습성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동물 가족 수를 늘려 다른 학교에도 나누어 줄 생각이다. 요즈음 어떤 몰지각한 사람들은 금엽 지구에서 더욱이 산란기에 까투리(암퀑)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거나 다람쥐들을 마구 잡는 등 정말 한심스럽다.
관능적 쾌락보다 더욱 소중하고 먼저 생각할 것은 귀중한 생명 여기에 더 한 걸음 나아가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강산의 아름다움을 바라고 평화를 원할진대 숲에는 새집을 달아주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국가와 민족, 나아가서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이 풍성할 때 이 나라 이 지구상에는 평화가 계속되며 금수강산 골짜기마다 산새들의 울음소리는 울려 퍼지고 산토끼 노루 다람쥐들의 평화의 잔치는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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