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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자, 전교조만 문제 삼아 … 노조 설립 취소는 정치탄압 정부에 대화 요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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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곧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 통보를 받게 된다.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조합 규약을 고치라”는 정부 지시를 거부해서다. 23일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이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김성룡 기자]

의견 다르다고 링 바깥으로 내몰면 되나

교사 6만 명을 조합원으로 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1989년 창립과 99년 합법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2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해직 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규약이 문제가 됐다. 한 달 전 고용부는 23일까지 규약을 개정하라고 지시했고, 전교조는 조합원 총투표 끝에 이를 거부했다. 김정훈(49) 전교조 위원장은 “의견이 달라도 링 밖으로 밀어내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외노조가 된다 해도 정부에 정책 대화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전교조 위원장실에서 본지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6만 명 조합원 중 문제가 된 해직 교사는 9명이다. 왜 법외노조의 길을 가려 하나.

 “현직 교원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노조 규약이 현행법에 맞지 않는다 해서 노조 설립을 취소하는 것은 과잉이다. 전교조 이외에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둔 노조들이 있다. 정부가 이런 노조들은 놓아두고 전교조만을 문제 삼고 있다. 이명박정부 이후 계속된 정치적 탄압이다.”

 -법외노조가 되면 노조 전임자들은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데.

 “고용부가 법외노조를 통보해 오면 곧바로 무효소송과 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교육부가 전임자 76명에게 학교 복귀 명령을 내린다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 전임자들이 없으면 전교조 조직은 와해된다.”

물론 법 지켜야 하지만 이건 악법이다

 -전교조는 교사들 노조다. 다른 노조보다 더 법을 지켜야 하지 않나.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악법도 법이다. 법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내용이 2004년 무렵 사회과목 지도요강에서 빠졌다. 악법은 지키는 것보다 어떻게 고칠지를 고민해야 한다. 저항권도 중요한 인권 중 하나다. 선생님들이니까 학생들에게 악법이라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바른 교육이 아니다. 내 얘기가 진보적 목소리라고 생각 않는다. 상식이 있는 보수라면 충분히 수긍하리라 본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0년에 이어 최근 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도록 고용부에 권고했다.”

 -규약 개정 여부를 묻는 총투표에서 투표 참여자의 69.1%가 수용을 거부했다. 수용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면 어떻게 하려 했나.

 “전교조는 민주적인 노조다. 절반 이상이 수용 의견을 냈다면 규약을 고치는 조치를 취했을 거다. 수용을 주장한 조합원들은 과거 비합법 노조 시절의 어려움을 이번에 6만 조합원이 다시 겪게 될 것을 걱정한 것이다. 격렬한 토론이 있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함께 따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연가투쟁은 상황·여론 보고 결정할 것

 -정부와 타협의 여지는 없나.

 “여러 통로를 통해 고용부에 노사정위원회의 틀 안에서 대화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고용부가 우리를 법외노조로 만들려는 이유가 단순히 법을 위반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다. 정권 핵심부의 기획이 아닌가 싶다. 전교조가 해 온 민주주의 교육, 현대사 교육 등이 보수적 시각에선 상당히 불편했던 모양이다. 의견이 다르다고 전교조를 링 밖으로 밀어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외노조가 된다 해도 정부에 대화를 요구할 생각이다.”

 -연가 투쟁에 나서게 되나. 수업에 피해가 갈 수 있다.

 “전교조가 단체로 연가투쟁을 한 것은 딱 세 번뿐이다. 그때마다 수업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었다. 학생들의 학습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 적은 없다. 일각에서 ‘전교조가 고3 수험생들을 볼모로 투쟁한다’고 공격한다. 상식적으로 고3 담임이 연가투쟁에 나서겠나.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위기가 왔는데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다만 연가투쟁은 상황과 여론에 따라 결정하겠다.”

 -전교조 조합원은 2004~2006년 9만 명을 웃돌다 이후 감소세다. 20대 교사의 전교조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얘기가 있다.

 “교원의 평균 연령이 43세다. 전교조 조합원 평균 나이도 비슷하다. 교직원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만큼 작다. 물론 20대가 가입률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교원단체도 마찬가지다. 20대의 전반적인 특성이다.”

친북 논란은 극히 일부 교사들 얘기

 -많은 이들이 전교조는 과격하다고 생각한다.

 “전교조가 주장해 온 교육의 민주화가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뤄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격하게 행동한 게 뭐가 있나. 2009년 이명박정부의 4대 강 정책 등에 반대해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다.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반대 투쟁 때는 학생들에게 시험 이외의 현장체험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이 해직됐다. 전교조가 아니라 당시 정권이 과격했다 .”

 - ‘친북 논란’이 이따금 제기되지 않나.

 “ 왜곡된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그걸 폐지하자고 해서 종북·친북이라고 한다면 그에 맞서 싸워야 한다 . 극히 일부의 선생님이 북한에 대해 지나친 표현을 했을 수 있다. 그게 전교조의 입장은 아니다. ‘전교조는 머릿속까지 친북일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 다만 조합원 모두가 100% 순도라고 말은 못 하는 거다.”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하면.

 “나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 상당수 조합원들도 그랬을 거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품고 살 순 없다. 지지와 인정은 별개의 문제다. 국정원 댓글 등 논란이 있지만 선거라는 절차를 거쳐 당선된 만큼 인정해야 한다. 이 정부 공약 중에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공약과 대입 간소화는 의미가 있다. 우리의 주장은 공교육이 무너진 상황에서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자는 거다. 학급당 학생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초등학교 21.2명, 중·고교 23.4명)으로 낮춰달라고 10년 넘게 주장해왔다.”

글=성시윤·이한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김정훈=16대 전교조 위원장(전북 남원중 과학교사). 1989년 경기도 강화고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해 전교조 전주지회장, 전북지부장을 거쳐 지난 1월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전북지부장 시절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연대해 학업성취도평가 폐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반대 등 정부 주요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이며 강경노선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위원장 선거 당시 슬로건은 ‘전북의 성과를 전국으로’였다. 이른바 민중민주(PD)계열이 주도권을 잡았던 2006년 전교조는 한·미 FTA 반대, 교원평가저지 투쟁 등 강경 행보를 보였다. 2007년 이후 대화를 통한 정부 교섭을 강조해온 민족해방(NL)계열이 집행부를 구성해왔지만 김 위원장의 당선으로 다시 PD계열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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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통보받는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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