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 고용노동부 "노조 아님" 통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고용노동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 ‘법외노조’임을 공식 통보한 24일 서울 영등포동 전교조 사무실에서 한 노조원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교조는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안성식 기자]

교사 6만 명을 조합원으로 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다시 법외노조의 길을 가게 됐다. 김대중정부 때인 1999년 합법화된 이후 14년 만이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브리핑에서 “전교조를 노조로 보지 않는다(노조 아님)”고 통보했다. 전교조 규약이 해직자의 조합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방 장관은 “수차례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은 단체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는 고용부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1998년 노사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노동3권을 보장한 헌법을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또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법외노조 결정을 유보해 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신청도 함께 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합법노조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법외노조가 되면 전교조는 그동안 합법노조로서 받고 있던 혜택을 잃게 된다. 교육부는 25일 오전 전국 시·도교육청 담당 국장들을 소집해 전교조 각 지부에 노조 전임자로 파견 나가 있는 교사 76명에게 학교 복귀 명령을 내리라고 통보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한 달 정도의 유예기간을 준 뒤 복귀하지 않는 교사에 대해선 징계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그러나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임자 전원이 복귀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 법외노조가 되면 단체이름에 ‘노동조합’이란 명칭도 공식적으로 쓸 수 없게 된다.

 재정적인 타격도 크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전교조 본부·지부 사무실의 임차보증금 5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돈을 모두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조합비 원천징수(본봉의 0.8%)도 중단된다. 교육부 최성유 교원복지연수과장은 “조합비 원천징수는 단체협약 사항인데 법외노조가 되면 협약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는 “상조회·친목회 등 소규모 단체도 원천징수를 허용하면서 전교조만 제외하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교육부 제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친(親)전교조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정책의 기본은 선생님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정부 방침과 헌법정신·현장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량권 내에서 향후 방향을 판단할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정부가 9명의 해직교사를 문제 삼아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최악의 경우 연가투쟁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전교조 조합원은 노동자이기에 앞서 선생님이다.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글=이한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관련기사
▶ 정부, 전교조 '법상 노조아님' 공식 통보
▶ 전교조 "법외라고 불법 아냐"…총력 투쟁 예고
▶ 누리꾼들 "국제적 망신 vs 사필귀정"
▶ 전교조 위원장 "법 지켜야 하지만 악법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