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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기아, 라이벌 예고편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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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호랑이가 야자나무 아래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하와이 전지훈련 중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가 알로하 구장에서 몇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다. 연습경기라지만 스코어가 기가 막힌다.

9-9, 8-7(기아 승), 3-2(기아 승), 4-2(삼성 승) 등이다. 전적은 3승1무1패로 기아가 앞서지만 메이저리그 캠프에 간 삼성의 간판타자 이승엽의 공백을 감안하면 두 팀의 대결은 말 그대로 용호상박이다.

올 시즌 이들의 격돌이 치열하리라는 것을 알리는 예고편이다.

경기 내용은 더욱 뜨겁다. 2일 5차전에서 삼성은 연습경기답지 않게(?) 0-3으로 뒤지다 9회 2점을 쫓아가는 투혼을 발휘했다. 2월 26일엔 1회에 1-4로 뒤지던 삼성이 8회 9-5로 역전시켰고, 기아는 9회말 넉점을 내 기어이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25일 3차전에서 삼성은 4-8로 뒤지던 9회초 3점을 뽑아내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케네디 스코어를 만들기도 했다.

기아 팬들로부터 "돈에 팔려가 배신했다"는 비난을 받는 삼성 김응룡 감독은 돈으로 승부했다. 김감독은 고졸 2년차 투수 안지만이 2일 기아의 타자 11명을 무안타.무사사구.무실점으로 틀어막자 5백달러를 줬고, 지난달 26일 신인 타자 곽용섭이 4타수 3안타를 때리자 1백달러를 줬다.

결과보다는 선수들의 기량을 시험하는 연습경기지만 기아는 삼성과 경기할 때 이종범.장성호.박재홍 등 중심타선을 경기 후반까지 기용하면서 전력투구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과 선두다툼을 벌이다 고배를 마신 기아 김성한 감독이 올 시즌에도 상대는 결국 삼성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에서 기아가 큰 돈을 들여 진필중과 박재홍을 영입한 이유도 단 하나 '타도 삼성' 때문이다.

맞대결 기싸움에서 밀리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두 팀은 15일 시작하는 시범경기에서도 개막전에서 만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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