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EC가입실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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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의 유럽공동시장(EEC) 가입문제는 지난 5월의 「유럽」관계국 각료급 회담에 이어 최근 「히드」 영 수상 및 「퐁피두」 불 대통령간에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10년간 우여곡절을 겪어온 숙제가 일거에 정치적 차원에서 타결을 보게 되었다.
영국이 EEC에 정식으로 가입하기 위한 기술적인 절차상 문제는 오는 6월에 열릴 「브뤼셀」과 「룩셈부르크」시에서의 회담을 통해 결말이 지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든 늦어도 금년 안으로는 전후 서구사회에서 가장 오랜 숙제로 남아있던 이 문제가 최종적인 해결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그동안 영국의 EEC가입을 가로막고 있던 가장 큰 원인은, 영연방제국의 농산물이 「유럽」에 대량으로 유입됨으로써 벌어지게 될 「유럽」 각국의 경제상의 혼란 등 순전한 경제적인 이해관계보다도 실상은 「프랑스」의 영광을 고집하려던 고 「드골」대통령 등 「프랑스」 지도자들의 정치적·외교적 견제정신에 있었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 극적인 국면타개가 가능해진 것은 무엇보다도 「프랑스」측이 종래의 태세를 크게 완화한데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또 이에는 최근 「마르크」화의 투기로 빚어졌던 국제통화파동이 서독과 「프랑스」 세력균형문제에 예상외의 큰 충격을 주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도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의 「달러」화 파동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서독의 조치에 반발하여 구주공동체 전개의 지주인 경제·통화동맹에 불참할 것을 표명하기까지 했었으나 결국 「마르크」화의 위력으로 나타난 서독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으며, 「프랑스」로서도 이것이 계기가 되어 영국의 EEC가입의 필연성을 뼈저리게 절감하게 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것이다.
한편 영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파운드」화의 불안, 생산침체 등 경제적인 곤경이 심화함으로써 영연방 시장과의 유대를 온존하느냐, 새로운 시장을 구라파지역에서 찾느냐 하는 선택의 압력이 가중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양국이 놓여진 정치·경제적 여건으로 미루어 「파운드」화의 재허가라든가 「뉴질랜드」 낙농품의 역내 수입문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각국산 농산물의 처우문제 등 제반 기술적인 난점들이 작금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심각한 불황문제와 관련, 종전의 고립 대신 서로 전진적인 화해를 새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6개국이 가맹하고 있는 EEC는 앞으로 영국의 가입과 때를 같이하여 그밖에도 또 개별협상으로 가입이 결정된 「노르웨이」 「덴마크」 「에이레」 등이 그 뒤를 쫓을 것이므로 모두 10개국을 망라하는 대 구주통합의 세계사적 전기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 획기적인 사실은 사실상 미소 양대세력으로 양분되었던 전후세계의 국제관계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동인을 주게 될 것이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EEC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상품·노동력의 자유로운 유통은 영국의 가입을 계기로 구라파 지역뿐만 아닌 세계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수출의 다변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구주단일통화제와 통일금융시장의 형성 등 EEC가 자체 확대·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제문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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