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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태국 항로 누비는 한인 파일러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남아>(11)
태국의 에어·사이암 회사에서 파일러트로 근무하고 있는 조정모씨는 태국에 있는 우리 나라 교포들 가운데서 최고 수준의 월급을 받고있는 사람 중의 한사람.
65년8월 에어·베트남의 요청에 의해 월남에 진출했다가 작년 9월 이곳 에어·사이암 항공사로 옮긴 조씨의 월봉은1천5백 달러(약45만원)가 넘는다.
푸미폰·아두냐뎃 태국 왕의 처남이 경영하고 있는 에어·사이암은 방콕과 홍콩간의 항공 화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
조씨는 이 회사의 DC­4 수송기로 월 5∼6회 홍콩 화물을 실어 나른다.
48년 항공대학을 나와 교관으로 근무하다가 56년부터 C-46 수송기 파일러트로 63년7월 중령으로 제대하기까지 익힌 조종술이 오늘날 국제선을 날게된 계기라고 한다.
국내에선 KAL기장으로 전국 항로를 누볐고, 에어·베트남에선 국내선과 라오스·캄보디아 등지의 월남피난민수송을 전담했다. 1주에 두 번씩 피난민 수송을 담당하는 것은 당시 월남전이 한창 격화했을 때이기 때문에 위험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에어·베트남의 보수는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었다.
주 1백30시간, 비행에 고작 9백30달러 밖에 안됐다.
특히 한국조종사들을 차별해서 기장인데도 부조종사인 미국인보다 월급을 적게 주는데는 더 큰 비애를 느껴야했다. 파일러트의 월봉은 한국이 기본급에 비행보장 시간을 가산해서 기장급이 월 18만∼20만원이고, 에어·베트남은 시간당 급료를 정해 비행보장 시간에 따라 지급하고 있음에 반해.
에어·사이임은 월85시간을 보장해서 1천달러를 본봉으로 지급하고 85시간을 넘으면 초과 수당을 지급하고있다고 화물기는 주로 밤에 날기 때문에 조씨는 낮과 밤을 교대로 일한다. 방콕에서 홍콩까지의 비행시간은 5시간30분.
홍콩으로 갈 때 앙콜·와트사원의 장관을 보고 곧 이어 체폰 지구의 야간전투를 내려다 보게되어 『전쟁과 평화의 교우지역』을 단숨에 날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 에어·사이암에는 조씨 이외에도 민욱동씨가 부조종사로 있는데 월남에서와 같은 차별 대우는 받지 않아 별로 불만이 없다고 했다.
그는 가끔 국제선을 탈 때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단 한국 스튜어디스들이 한국말로 얘기를 걸면 영어로 답변하는 것이 『가장 보기 싫은 일』이라고 말하고 국내에서도 민간항공조종사들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소득이 높은 파일러트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라오스에서 월9백 달러 수준으로 조종사를 모집하고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생활비를 부담하고 월4백50달러씩 지급하는 조건으로 파일러트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씨는 현재 부인 이금재씨(42)와 막내아들만을 데리고 아파트에 세 들어 있는데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세 자녀와 중·고생 2명 등 모두 6남매를 두고 있어 봉급으로는 자녀들의 학비 부담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특히 본국의 조종사봉급은 현재 받는 수준보다도 뒤떨어지기 때문에 본국에서 근무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는 퍽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만약 내가 이곳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그 많은 자녀들을 어떻게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하면서 비록 만족한 생활은 아니지만 자녀들을 무사히 공부시키고 있는데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방콕=이종호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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