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난투·통곡5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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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 때 밖에 있는 당원들에게 『유당수가 지금 당간부들을 불렀으니 11시까지 기다렸다가 안 오면 결심을 밝히겠다』는 전갈이 있었다. 이때가 밤 10시 5분전, 유대표는 양일동·고흥문·홍익표 운영위 부의장과 김영삼·이철승씨 집에 급히 오라는 독촉전화를 했다. 고부의장은 『못가겠다』는 대답이었고 김영삼씨는 집에 없었다.
전화를 거는 도중에 유대표는 『천려일실이란게 이런 것이야』면서 몇번인가 되풀이 독백처럼 되뇌었다. 부위원장들이 박정희씨의 공천(영등포 갑구) 경위를 캐묻자 유대표는 『부위원장이 4명인데 그중 한 사람만 택하면 서로 시기가 있을 것이고, 그래도 「6·3」 학생 중에는 그 애가 낫다고 하여 택한 것이 불찰이었어. 불찰에 대한 책임을 지겠어. 그러나 소란스럽고 위협적 분위기에선 안돼. 양 부의장 등이 온다고 했으니 한사람이라도 오면 책임을 지겠다는 결심을 밝히겠다』고 했다.
○…10시 30분 양일동 부의장이 「잠바」차림으로 들어서자 한동안 상황설명을 한 유대표는 『탈당해야겠다』면서 『내일 (7일) 아침 10시 긴급간부회의를 소집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양야의 뜰서 이역> 이철승씨는 『유당수의 결심에 관한 문제를 당간부들과 의논할 기회를 달라. 당수는 결심이 선 모양이다. 지금 선거를 치르며 민권투쟁을 하는 이 중대한 시기에 어떤 길이 도움이 되는가를 결정할 여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당원들을 설득시켜 상오 1시가 돼서야 당간부들만 남겨놓고 당원들이 철수했다.
7일 상오 1시 40분 당수와 만나고있던 양부의장 등 간부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이철승씨는 『당수는 그의 심경을 충분히 실명했다』면서 『선거를 앞둔 중대시기에 당수자리를 물러난다는 일을 쉽게 결정할 수 있겠느냐. 오늘 간부회의를 열어 어느 쪽이 사태를 수습하는 길인가를 논의하여 결정하겠다』고 말했고 다른 간부들은 말없이 돌아갔다.
○…등록마감 30분을 남겨놓은 6일 하오 4시반 유진산 대표는 입고있던 한복을 양복으로 갈아입고 채문식 정규당 조직국장 백관옥 박룡단 조직부장을 차에 태우고 비상「라이트」를 켜고 한남동 남산 「터널」을 거쳐 마감시간 7분전에 중앙선관위에 도착했다.
사전 요청이 있었는지 기동경찰 30여명과 청년당원들이 경계를 펴고있는 가운데 선관위 정문을 들어선 유대표는 바로 선관위원장실로 들어가 33명의 후보를 접수시켰다.
6시 30분 당원들이 문밖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 가운데 김제만 청년부국장 등의 호위를 받은 유당수는 총총걸음으로 차에 올랐다.
유대표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심경이 괴롭소』라면서 『왜 당수가 직접 접수시키느냐』는 질문에 『당수가 부지런해서』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속았구나" 정세원>
선관위를 나온 유대표는 자신의 말대로 괴로운 심경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보드진을 따돌리기 위해서 인지 한남동∼강변도로∼제2한강교∼강변1로를 거쳐 상도동자택으로 들어섰다.
○…신민당은 등록서류인장을 당수직인외에 사인(사인)을 함께 등록하여 사인은 양일동부의장이 보관했다. 『후보자 경합 때문에 낙천자가 당수직인을 훔쳐 찍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 유당수가 말한 사인등록의 이유였고, 따라서 모든 공천서류에는 선거대책본부장이 보관하고 있는 당수직인이 미리 찍혀졌다.
유당수가 전국구를 혼자 결정해 버렸을 때 정일형 본부장은 『직인 찍으러는 오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모든 등륵서류가 나가버린 것을 알고 그제서야 사인등록의 이유를 알고 『속았구나, 미리 짜여진 각본이었어』라고 혼자 독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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