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70만교포 성공과 실패의 자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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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학-한국 젊은이들의 누구 나가 동경해마지않는 꿈의 생활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별을 따낸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다지 흔치않다. 기자는 『세계에서 가장 화사로운 도시』 「파리」에 들러 그들 자신이 털어놓는「유학살이」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참석자
▲김준환 (34·불문학·소르본대) ▲김동희 (31·법학·소르본) ▲차상동 (32·국제정치학·소르본대) ▲김두희 (27·불문학·소르본대) ▲황우자 (29·언어학·소르본대) ▲이휘자 (29·음성학·소르본대) ▲이병주 (30·불문학·소르본대) ▲사회=홍사덕 기자

<구주(11)>
▲사=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여러분들의 「파리」 유학생활을 털어놔 달라는 취지에서입니다.
▲김두=우리문중 우상하나 깨지는구먼. 밑천을 다 털어 보이라니.
▲차=하지만 유학생활의 실제 모습이 어떤가는 지금이라도 자세히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우선 생활비에서부터 따져 볼까요.
▲금준=글세, 그것도 층층이니까요. 우선 전공에 따라 최소생활비가 달라지고요. 그리고 자가장학금줄이 얼마만큼 든든하냐에 따라서도….
▲금동= 「파리」에 사는 경우 먹고사는데 만도 월 6백「프랑」(3만 6천원)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책값·등록금·그림 그리는 사람은 화구 값 등이 추가되어야 하니까 줄잡아 7백 50「프랑」은 든다는 얘기지요.
▲정=하숙방·대학식당·도서실만 왕래하면 7백 50「프랑」으로 살수 있겠지. 「유학수도승」이란 말, 누군지 참 잘 지었어요.
▲사=7백 50「프랑」이면 한화로 4만 5천원 가량 되는데요. 본국에서 다달이 송금해옵니까?
▲차=글쎄, 자기 돈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2백 50여명 유학생 가운데 잘해야 70∼80명될까요. 나머지는 거의 장학금만으로 공부하는 수도승파입니다.
▲사=장학금이 그렇게 넉넉히 나옵니까?
▲차=월 7백 50「프랑」짜리 하고 5백 50「프랑」짜리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쪼개서 쓰면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어요.
▲이휘=그런걸 「생활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 흔한 휴일에 여행한번 가나, 「바캉스」라고 해수욕 한번 하나….
▲김동=쌈지 계산 때문에 「데이트」를 제대로 하나…. (일동웃음)
▲사=미혼자들의 경우, 공부를 마치자면 30줄을 금방 넘기게 될텐데, 결혼문제 같은 것은?
▲김동=뭐, 유학생들이 남녀 반반정도니까 이곳에서 그럭저럭 결혼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리고….
▲이병=자기「피아르」하기예요? (일동웃음)
▲차=사회자를 위해 약간 설명을 덧붙여야겠군요. 김동희씨는 오는 가을에 국가박사학위가 나올 예정이고 동시에 유학생 모양과 결혼할 것이라는 설이 최근 유력하게 나돌고 있습니다.
▲사=사진이 왔다갔다해서 결혼하는 경우 같은 것은….
▲김준=별로 없지요. 아마, 사실 공부하다보면 결혼문제가 꼭 남의 일처럼 느껴지니까요. 워낙 가난하게 지내는 탓도 있고….
▲사=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는?
▲김두=한마디로 하늘의 별따깁니다. 법정최저임금 월8백「프랑」만 받고 일하는「프랑스」 사람이 5백만 명이라니까, 어디 유학생들한테 차례가 돌아오겠어요?
▲이휘=여학생은 좀 나은 편이지요. 은행에 나가는「미스」이,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미스」김….
▲차=그러고 보니까 죄다 여자구만.
▲김준=이양반. 자기는 서울에다「탤런트」부인을 모셔 놓구 무슨 딴소리야.
▲사=부인이 누구신지?
▲김준=여운계씨….
▲차=이 사람이 왜 이럴까. (일동 웃음)
▲사=향수랄까, 그런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일은 없습니까?
▲이병=역시 그건 여자들 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3∼4년 이상 된 사람들은 별로 그런 기미가 없더군요.
▲김동= 「파리」에 미친 사람도 많지 않아? 거의 거지가 되다시피 해서도 「파리」에 남아있는 만년유학생들. 일본아이들 경우에는 그 숫자가 2백 명을 넘는다지 아마.
▲사=한국유학생들은 귀국후의 일자리라든가 대우의 전망은?
▲김동=비교적 자신을 갖고 있습니다. 박사학위를 따 가면 대학조교자격을 인정해주니까요. 물론 6∼7년씩 유학수도승 노릇을 한 대가로는 너무 무참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듭니다만.
▲차=내 생각엔 조교자리라도 틀림없기만 하다면 전혀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박사학위를 따서 돌아간 사람들 가운데 조교자리를 얻은 사람은 2O%도 안되니까. 이점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좀 배려를 해줬으면….
▲사=감사합니다. 유학생활에 더 많은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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