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승자와 패자의 문제|신민당에 바란다|이정식(동국대교수·정치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 나라 선거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야당의 존재를 유권자들에게 보다 뚜렷하게 인지시키고 정당정치를 위하여 그「붐」을 일으킨 것은 4·27선거를 맞아 야당인 신민당이 이룩한 선전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 특히 수의 정치에 의하여 그 결과의 흑백이 명백히 드러나는 정치과정을 여러 번 겪는 동안에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던 문제이지만, 이번의 4·27 선거과정은 그러한 여러 가지의 문젯점들을 보다 두드러지게 드러낸 때인 것 같다.
첫째로 대외적 또는 객관적인 문제로서 집권당과의 관계를 들 수 있다. 후진국일수록 집권당의 이점이 선거과정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 선거전략은 야당전략의 보다 조직적이고 다양 적이며 현대적인 작전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이점에 관한 신민당의 전략은 4·27선거과정에서 상상을 벗어날 정도로 주효했다고 평가해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득표결과에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의 하나는 표밭 속 즉 최전방조직의 취약성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물론 1개월 여를 앞두고있는 국회의원선거를 위하여 신민당의 각 지구조직은 대통령선거를 위하여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보류상태에 둔 채 대통령후보의 유세「붐」을 반사적으로 이용만 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야당조직이 그와 같이 정체를 드러낼 수 없었던 이유는 아직도 근대화하지 못한 우리 나라 정치사회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각 지구당 간부 또는 당 관료들의 공리심이기도 하다. 또 그러한 야당간부들의 공리심을 역이용할 수 있는 것이 집권당의 이점인 반면 야당의 약점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또 다른 문제는 2당체제의 경향과 야당의 발전·성장을 위한 바탕문제이다. 이 나라의 이 시점에서 야당의 육성을 위해서는 2당체제의 경향은 야당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왜냐하면 투표행위를 밑받침해주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양할 때 정당정치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2당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는 2당 체제를 충족시킬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가 발전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환경 속에서는 유권자의 투표 행태는 흑백논리에 의한 결과를 자아내고 거기에 또한 집권당의 이점이 작용하기 때문에 편중적인 득표결과를 가져오고 만다.
야당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의 다양성 속에서 특정야당을 위하여 다양한 정치적 리익을 통합해나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제일야당으로서의 신민당이 선거과정에서 다양성 있고 광범위하며 예리한 정책의 제시 및 유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2당 체제의 발전을 위하여 야당에 실질적인 기능이 부여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제도형성을 위한 정치적 요구에 의한 유권자의 흑백논리 때문에 표의 결속에 실패한데 있다고 보아진다.
또 다른 문제는 신민당이 유세군중 속에서 얻을 수 있었던 호응과 동조가 표의 결과에로 이어지지 못한 데 있다. 그 호응과 동조는 정치적 원시감정에 대해서는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으나,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는 계층에게는 오히려 의아를 자아낸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었다.
왜냐하면 사회생활이 안정되어 있는 여론지도층 정도의 계층은 정치현상에 민감하면서도 집권과 생사의 절대적인 이해관계에 있지 않은 생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정치단 또는 정권교체는 하나의 경기에 지나지 않다.
이러한 계층들의 안정된 생활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부담이 되는 구체적이고 원시 감정적인 정치적 표현은 오히려 역기능을 할 가능성이 있다.
도시민들의 투표형태가 친야 적인 경향을 띠는 것은 경기심리에서 오는 것이고, 「캐스팅·보드」의 작용을 한 계층 또는 지역의 투표 행태는 유권자 개개인의 사생활의 안정여부와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4·27선거과정에서의 야당으로서의 신민당의 역할은 야당사를 위한 또 다른 구획을 마련했다. 유권자들의 의식구조도 60년대와는 다른 양상을 드러냈다.
그러한 의식이 합리적으로 구조화하려면 유권자 스스로가 향락할 수 있는 정치자원이 마련되는데 있다.
그 정치자원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실상의 권력을 가지지 못하는 야당으로서는 집권당의 집권력을 이용한 정치자원의 개발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정치자원이 개발되고 발전된 지역의 유권자는 일단은 집권력으로부터 유리되거나 해방되기 때문에 야당이 바라는 정치력으로 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능성을 정치적 잠재력으로 유도하고 정치세력화 하는 것은. 또한 현대적인 조직력뿐이다. 따라서 어떤 뜻에 있어서는 야당의 조직력을 당장에 요구하는 것은 한국적인 야당에서는 무리한 일일는지 모른다.
합리적인 수의 정치가 뜻을 지니게 되는 것도 그 상황에 존립할 수 있는 정통성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야당을 위하여 수의 정치가 권력적으로 합리화할 수 있는 상황에 아직도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민주정치가 합리화하고 있는 수의 정치를 배격하는 것은 야당의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되고 만다. 바로 그것이 득표결과에 따라 승복의 아량을 베풀고 또 다른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데 야당이 점거할 수 있는 정치자원이 정통화하여 갈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스스로가 득표를 밑받침하고 있는 지방색을 개편하고 범 야당적인 득표의 바탕으로 그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 야당존립을 위하여 얼마나 유리한가를 깨닫게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