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만화캐릭터가 웬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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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영상에 등장한 시진핑 캐릭터. [신랑왕 캡처]

중국에서 자국 최고지도자들을 등장시킨 만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일간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지도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중국 내 주요 사이트를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다. 제작자가 ‘부흥노상(復興路上·부흥의 길에서)’으로 돼 있는 5분짜리 동영상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차례로 등장해 각국의 최고지도자 선출 과정을 설명한다.

특히 시 주석 외에도 현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 등 역대 최고지도자들의 만화 캐릭터가 등장한 것이 이례적이다. 남방도시보는 중국 역사상 최초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엔 ‘시진핑’ ‘리커창(李克强·현 총리)’ 등의 단어를 인터넷 금칙어로 지정할 정도로 언론 환경이 경직돼 있다.

특히 최근 당국이 유명 블로거들을 체포하고 규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들을 만화 캐릭터로 등장시킨 것을 두고 ‘중국 당국이 제작·배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동영상은 일부 관영 사이트도 게재하기 시작했다.

내용을 봐도 관제(官製)라는 의구심이 더욱 강해진다. 어린이에게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미국 대통령 선거방식에 대해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고 1년이 넘는 선거기간 동안 각종 연설과 토론, 천문학적 선거자금 모금 등을 수행해야 한다”며 미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설명한다. 영국도 “천신만고 끝에 당수(黨首)가 돼도 수백 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선 훨씬 긴 시간을 할애해 “각 직종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공산당에 입당한 후 최소 23년간의 각종 통치경험과 훈련, 외부 관찰을 통해 선발된 극소수만이 정부 책임자급 간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간 끊임없이 지도자가 교체됐지만 국가 정책이 안정적으로 계승돼 온 것이 ‘중국의 기적’을 설명하는 ‘중국의 비밀’”이라고 강조했다.

동영상은 “(미국처럼) 건곤일척의 전쟁(선거)을 치르는 방식도 좋고, 중국식으로 장기적 단련을 통해 유능한 이를 뽑는 것도 좋다”며 “각 나라 민중이 만족하는 나름의 방식이 바른 길 아니겠는가”라고 끝맺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최근 미국식 헌정을 모방한 정치개혁 주장을 강하게 비난하며 ‘공산당 중심의 민주집중제야말로 중국 현실에 부합하는 체제’라고 주장해 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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