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뮤직박스] '동갑내기 과외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바야흐로 청춘영화 전성시대다. '엽기적인 그녀''몽정기''해적, 디스코왕 되다''색즉시공''품행제로''동갑내기 과외하기'로 현란하게 목록이 이어진다.

복고풍 신파지만 '클래식'도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관객의 절대 다수인 젊은층이 자신의 얘기를 담은 영화들에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동세대의 꿈과 사랑을 보고 싶어한다. 청춘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영화가 없다는 게 아쉽지만, 요즘 청춘영화의 파격과 발랄함은 긍정적이다.

그간의 청춘영화가 대체로 복고라는 컨셉트로 일관한 것에 비해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철저하게 첨단을 달린다. 마흔이 넘은 김경형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에피소드나 영상도 그렇지만 음악의 동시대성은 더욱 확연하다. 여타 청춘영화가 올드 팝송과 요즘의 랩이나 모던 록을 적당히 섞었던 것과 달리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산뜻한 모던 록으로 일관한다. 음악감독은 발라드에 일가견을 보여주었던 이경섭이 맡았다.

주제곡 '예감'은 신인 밴드인 피비스가 만든 노래다. 5월에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고, 현재 클럽에서 맹렬하게 활동 중이라는 피비스의 노래는 익숙하고 편하게 들어온다.

보컬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자우림과 체리 필터에 비견될 수밖에 없는데 나름의 음색을 분명하게 지니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맺고 끊는다.

자우림이 '꽃을 든 남자'에서 '헤이 헤이 헤이'로, 체리필터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해뜰 날'로 주류 시장 진입을 준비한 것처럼, 피비스도 동일한 경로를 밟고 있다. 영화로서나 밴드로서나 바람직한 선택이다.

핀란드의 레모네이터가 부른 '원스 아이 킬드 어 보이 위드 어 걸'과 스웨덴의 클럽 8의 '러브 인 디셈버'도 달콤하게 흐른다. 대체로 북구 출신의 뮤지션은 조금 우울하면서도 명징한 느낌의 음악을 구사한다.

레모네이터와 클럽 8의 노래도 그런 통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피비스와 북구 뮤지션의 모던 록에 이경섭 스타일이라 할 발라드도 가세한다. 전주배의 '왜 그랬나요'와 이지우의 '아직 난'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음악은 주류 대중음악처럼 매끈하게 정돈됐다. '품행제로'가 10대의 건들거리는 정서를 보여준다면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개인적이고 깔끔하다. 잘 꾸며진 청춘영화고, 음악 역시 그렇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