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비중 줄어들고 천연가스가 차세대 에너지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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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보저 로열더치셸 회장이 15일 대구광역시에서 열린 2013 대구국제에너지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보저 회장은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수요 급증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블룸버그]

유럽의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의 피터 보저 회장이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를 찾았다. 로열더치셸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년 연속 매출 1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15일 대구 총회 현장에서 만난 그는 “아시아의 에너지 수요는 향후 50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가용한 모든 에너지를 다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만들고 있는 에너지 생산 선박이 그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아시아의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영국 산업혁명 시기 발전 속도의 10배, 발전 규모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세계 에너지 시스템도 함께 바뀌는 중이다.”

  -에너지원의 비중이 어떻게 변화하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봤듯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원자력 사용은 각국의 정책적 판단이지만 업계가 과거 5~10년 전 전망한 것보다는 비중이 줄어들 것이다. 반면 천연가스는 굉장히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는 2050년부터 50년간 천연가스가 전 세계 에너지자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현재 2000만t 규모의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로열더치셸 그룹은 추가로 2000만t을 더 확보하기 위해 개발을 추진 중이다. 로열더치셸이 경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계약해 지난해 10월 제작에 들어간 프리루드 FLNG도 그중 하나다. 프리루드 FLNG는 해상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저장·하역 기지다. 천연가스를 육지로 옮기지 않고 바다에서 추출 즉시 액화해 선적하는 ‘바다 위 LNG 생산공장’인 셈이다. 피터 보저 회장은 “프리루드 FLNG시설은 에너지 생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프리루드 FLNG가 2016년 완공된다.

 “프리루드 FLNG는 천연가스를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거제 삼성중공업에 건조 중인 FLNG는 전 세계 최초로 시도된 해상 석유액화 프로젝트로 기술적으로도, 아이디어로도 아주 걸작이라 자부심을 느낀다.”

  -프리루드 FLNG의 장점이 뭔가.

  “천연가스를 육지로 운반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비용이 줄어들고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수심 150m의 바다에서 가스 냉각을 하기 때문에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도 줄어든다. 건조된 FLNG는 호주 북서부에서 200㎞ 떨어진 프리루드 가스구에서 액화천연가스를 생산한다.”

  -셰일가스는 대안이 될 수 없나.

  “셰일가스의 활용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셰일가스가 미래에 주요한 자원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주력 에너지원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은 매장량이 많은데도 개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채굴 허가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미국은 땅주인이 지층에 있는 광물자원 소유권까지 갖고 있어서 개발 시 이익을 얻는다. 반면 유럽은 토지소유자라고 해도 매립된 자원에 대한 소유권은 없어서 땅을 양도할 가능성이 없다.”

 향후 유가 전망에 대해 그는 “적정 석유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선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로열더치셸의 장기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도 이 가격을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새로운 에너지 자원에 투자하고, 새로운 에너지 공급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정책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저 회장은 이날 에너지총회 기조연설과 인터뷰를 마친 후 청와대로 이동해 박근혜 대통령과 안정적인 LNG 공급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대구=채윤경 기자

피터 보저(55) 로열더치셸의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 스위스 출생으로 취리히응용과학대학교를 졸업했다. 2004년 로열더치셸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한 뒤 2009년 7월 CEO로 취임했다. 조직을 쇄신하고 190억 달러가 투입된 가스액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열더치셸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 에너지 기업으로 1907년 설립됐다. 글로벌 정유회사이면서 세계에서 둘째로 큰 심해 석유·가스 생산업체다. 영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회사지만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사가 있다. 지난해 매출 4670억 달러(약 496조원), 순이익 312억 달러(약 33조원)이다. 한국에는 14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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