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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의 신작들, 박스오피스 점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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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2월중순부터의 북미극장가는 신작들로 북적댄다. 크리스마스로부터 정초까지의 연말연시 시즌을 장악하기위해 많은 오락물들이 개봉하는가 하면, 내년초에 있을 오스카 시상식의 후보에 오르기를 희망하는 작품성 높은 작품들 또한 개봉마감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더기로 선보이기 때문이다.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의 이번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전국개봉작만 무려 네 편이 새로 선보였는데, 이들 네 편이 모두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성공적인 출발을 나타내었다.

이들 중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영화는 제니퍼 로페즈와 랄프 피네스가 주연한 신데렐라 로맨틱 코메디 '메이드 인 맨하탄(Maid In Manhattan)'으로 2,838개 개봉관으로부터 1,871만불을 벌어들임으로써, 2,711개 상영관으로부터 1,851만불을 벌어들인 극장판 스타트렉' 시리즈 10편 '스타트렉: 네메시스(Star Trek: Nemesis)'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였다.

이어서, 힙합 드러머를 주인공으로한 청춘 드라마 '드럼라인(Drumline)'이 1,836개의 상대적으로 작은 개봉관 수에도 불구하고 1,260만불을 벌어들여 3위에 올랐고, 2,217개 극장에서 740만불을 벌어들인 로브 슈나이더 주연의 코메디물 '핫 칙(The Hot Chick)'은 5위에 랭크되었다.

흥행접전을 벌여온 '007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와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는 이번 주말 각각 779만불과 632만불의 수입을 기록해 4위와 6위에 랭크되었다. 현재까지의 총수입은 개봉 24일째인 '007...'이 1억 3,185만불, 31일째인 '해리 포터...'가 2억 2,262만불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이중에서 '007...'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역대 007 시리즈 영화들중 가장 높은 흥행성적에 해당한다(종전기록은 '007 언리미티드'의 1억 2,693만불).

한편 지난 주말 2위로 개봉했던 로버트 드니로와 빌리 크리스탈 주연의 스크류볼 코메디 속편 '애널라이즈 댓(Analyze That)'은 이번 주말에는 547만불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쳐 개봉 1주일 만에 7위로 추락하였다.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수위를 기록한 '메이드 인 맨하탄(Maid In Manhattan)'은 '스모크'의 웨인 왕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인기절정의 팝스타 겸 배우인 제니퍼 로페즈와 영국산 미남 배우 랄프 피네스가 주연을 맡은 신데렐라 로맨틱 코메디이다.

제작비 5,500만불짜리 신작에서 제니퍼 로페즈가 맡은 극중역할은 뉴욕 브롱크스의 빈민가에서 아들 타이와 살아가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미혼모 마리사 벤츄라(로페즈는 "나는 정말 이런 아가씨에 대해 잘 알고 있지요."라며 자신의 가난했던 성장과정이 연기에 반영되었다고 전했다). 맨하탄의 호텔에서 청소부(메이드)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녀에게 어느날 꿈만같은 일이 일어난다. 뉴욕 사교계를 주름잡는 최고의 멋쟁이 청년이자 미 상원의원을 바라보는 크리스토퍼 마샬(랄프 피네스)이 자신의 정치생명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녀는 마냥 행복해 하기보다는 혼란에 빠진다.

이 영화에 대한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우수한 작품은 아니지만 봐 줄만은 한 영화라는 반응을 나타내었는데,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이 "부드러운 매력을 지닌 영화."라고 평했고, 보스톤 글로브의 타이 버는 "사랑스러운 할리우드 식 캔디"라고 칭했으며,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데이트 영화로 적당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메이드 인 맨하탄'과 박빙의 흥행승부끝에 2위로 밀려난 '스타 트렉: 네메시스(Star Trek: Nemesis)'는 1966년 처음으로 탄생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트레키(스타트렉 팬들의 애칭)'들을 양산해온 SF의 고전 걸작 TV 시리즈의 10번째 영화버전이다.

'파이널 디씨전'과 '도망자 2'를 연출했던 스튜어트 베어드가 메가폰을 잡은 이번 영화는 장 뤽 피카드 선장(패트릭 스튜어트)를 중심으로 1등 항해사 라이커 (조나산 프레이크), 인조인간 데이터(브렌트 스파이너), 카운슬러인 디나 트로이(마리나 서티스), 수석 엔지니어 조르디(레바 버튼) 등, 94년에 성공적으로 TV 방영을 끝낸 바 있는 '스타트렉: 넥스트 제네레이션(Star Trek: The Next Generation)'의 엔터프라이즈 호 멤버들이 주연을 맡은(7편인 '넥서스 트렉'에 출연했던 우피 골드버그도 카메오로 등장한다) 마지막 이야기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라이커는 새로운 함선의 선장으로 떠나고, 데이터는 장엄한 최후를 맞는다!). 하지만, 스타트렉의 극장판 시리즈가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10억불 이상의 흥행수입을 기록하였고, 관련 상품의 판매액이 35억불에 달하며, 1998년에 라스베가스에 건설된 '스타트렉: 체험관'에는 22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했고, 아직까지도 전세계에서는 매 60초마다 10권의 관련 서적이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로 이번 작품이 시리즈 전체의 최종편이라고 믿는 팬들은 아무도 없다.

어쨌든 제작비 6천만불이 소요된 '제네레이션' 멤버들의 마지막 여정에서, 엔터프라이즈 호를 지휘하는 피카드 선장이 마주치게 되는 새로운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1등 항해사인 '넘버 원' 라이커와 카운슬러인 디나 트로이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돌아가던 피카드 선장이하 엔터프라이즈 호 멤버들은 은하연방으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것은 오랜 숙적인 로뮬란 제국의 새로운 지도자가 휴전협정을 요구해 왔으니 중립지역에 가서 이를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협상을 위해 도착한 피카드 선장은 로뮬란의 지도자가 다름이 아니라 로뮬란 제국에서 자기를 복제해서 만든 복제인간 쉰존(톰 하디)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피카드는 자신의 젊은 시절 외모를 하고 있는 쉰존이 과연 평화를 원하는 인물인지 의혹에 빠지는데, 이내 그가 자신이 지금까지 상대했던 그 어떤 적들보다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비교적 양호하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차가운 혹평으로 나뉘어 졌는데 후자쪽이 다소 우세하였다. 우선 이 영화에 양호한 점수를 준 평론가들로서,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이 영화는 패트릭 스튜어트와 톰 하디의 연기, 그리고 시리즈의 필수요소인 점잖은 우주전투 씬에 힘입어 졸작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평했고, 할리우드 리포터의 데이비드 헌터는 "'넥스트 제네레이션'의 멤버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패트릭 스튜어트는 여전히 USS 엔터프라이즈 호의 피커드 선장 역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으며,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공허했던 전작 '스타트렉: 최후의 반격' 보다는 훨씬 우수한 작품이다."고 결론내렸다. 반면, 이 영화에 차가운 시선을 던진 평론가들로서는,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가 "'스타 트렉'은 분명히 대단한 시리즈였으나, 지금은 카피, 카피, 또 카피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공격했고, 보스톤 글로브의 웨슬리 모리스는 "'넥스트 제네레이션' 멤버들의 이번 네 번째 극장판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사상적으로 불순하고 재미도 없었던 '스타트렉: 최후의 반격'에 이어 주변을 서성이고 있을 뿐이다."고 혹평을 가했으며, USA 투데이의 마이크 클라크는 "이 영화는 마치 살아있는 8명만이 참가한 65회 동창회와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그들이 마실 것이라고는 없다!"라고 빈정거렸다.

이번 주말 3위 개봉작 '드럼라인(Drumline)'은 '브링 잇 온'의 힙합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청춘 드라마로, 이번 주말 4편의 전국개봉작들중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3분짜리 단편영화 '트루(True)'로 데뷔했던 찰스 스톤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인 이 2,000만불짜리 영화는 감독뿐 아니라 출연진들도 신선한 얼굴의 흑인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맨 인 블랙 2'에서 잠깐 얼굴을 비추었던 닉 케논과 '크로스 로드'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공연했던 조 살다나가 주연을 맡았고, '에볼루션'의 올란도 존스가 공연하고 있다.

데본 마일스(닉 케논)는 할렘 출신의 재능있는 힙합 드러머로서, 아틀란타의 A&T 대학교에 음악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희망찬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대학 마칭 밴드의 선두 드러머로 활약하기를 꿈꾸지만, 당장 새로운 환경과 생활에의 적응도 쉽지 않다. 그리고 주위와의 마찰도 계속되는데...

메이저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만장일치로 아낌없는 호평을 보냈다. 시카고 트리뷴의 마크 까로는 "캐릭터들과 관객들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는 '드림라인'은 결코 멍청한 10대 코메디로 격하될 수 없는 작품."이라고 치켜세웠고, 워싱턴 포스트의 앤 호너데이는 "에너지와 영혼이 넘쳐흐르는 작품."이라고 평했으며,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은 "드럼을 두드리고 스틱을 돌리는 드러머들을 보고 있자면, 아마도 관객들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기가 쉽지않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주말 5위로 개봉한 '핫 칙(The Hot Chick)'은 미국의 인기 TV 코메디프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출신의 로브 슈나이더(우리에게는 '듀스 비갈로'로 알려진)가 주연을 맡은 10대용 코메디물이다.

실망스러운 흥행결과를 나타내었던 슈나이더의 전작 '애니멀'을 연출했던 톰 브래디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쥔 이번 영화에서 슈나이더가 맡은 역할은 18세의 여고생이 변신한(!) 30대 아저씨이다. 학교에서 인기만점의 여고생 제시카는 어느날 아침 눈을 뜨고 거울을 보자 기절초풍할만한 현실을 발견하는데, 바로 자신이 30대의 멍청한 아저씨로 변신해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통해 제시카는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경박하고 차가운 인물이었는지를 깨닫는데...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슈나이더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 대해서도 차가운 반응으로 일관하였다.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주어진 상황의 모든 코믹한 가능성을 피해서, 결국 이 영화는 섹스 개그와 댄스파티에 대한 또 하나의 멍청한 고교 코메디물이 되고 만다."고 사형선고를 내렸고, 버라이어티의 데니스 하비는 "부자연스러운 슬랩스틱과 평평한 구성"을 지적하였으며,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변신하기전의 초반 30분은 마치 60년대 소프트코어 포르노를 보는 것 같았고, 나머지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최고 졸작편을 보는 것 같았다."고 혹평을 가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팀 알렌이 주연한 가족영화 '산타 클로즈 2(The Santa Clause 2)'가 405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8위에 랭크되었고, 디즈니의 올 겨울시즌용 애니메이션 '보물성(Treasure Planet)'이 310만불의 수입으로 9위, 마지막으로 존 레귀자모 주연의 갱스터 드라마 '엠파이어(Empire)'가 869개의 작은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296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10위에 턱걸이하였다.

장재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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