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경 오페라단 원효대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창단 3주년을 맞은 김자경 「오페라」단은 제7회 공연으로 장일남씨의 신작 4막 가극 『원효대사』를 중앙일보사·동양방송 주최로 서울시민 회관에서그 화려한 막을 올려 「팬」들을 열광시켰다.
7일∼10일 하루 두 차례 씩 (낮 3시30분·밤 7시) 작곡자 자신의 지휘로 공연되고 있는 이번 「오페라」는 우리 민족이 낳은 세계적 위인 원효의 얼을 범패와 목탁 등 동양 색이 짙은 음률을 배합한 서구 낭만파 「스타일」로 표현한 점과 주역을 「베이스·바리톤」으로 설정한 점을 그 외형적인 특색으로 삼을 수 있다. 그리고 「타이틀」이 주는 중압감과 「프로그램」이 지닌 높은 차원의 사상 묘사는 거의 불가능할 만큼 어려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강한 음악 어법으로 대중적인 공감에 호소한 작곡자의 판단력과 의지가 바로 창작 「오페라」로서 기대하기 어려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으며 종래의 평면적인 구도에서 입체적인 그것으로 발전된 점도 찾을 수 있다.
다만 음고와 음강의 극적 효과가 좀 더 치밀하게 계산됐더라면, 그리고 욕심 같아선 (오키스트레이션은 자연스럽고 다양했다) 가령 「스크리아빈」에게서 느낄 수 있는 짙은 농도의 종교적 신비성이 아쉽긴 했지만 지금까지의 창작 중에서 가장 바람직하고 건실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애·고·정으로 수놓아진 3막은 문자 그대로 업록 (사랑)의 미학이요, 불성과 인성이 어쩔 수 없이 바작바작 타는 듯 교감되면서도 아프디 아픈 정념을 못내 억눌러 발길을 돌리는 4막의 장면은 고스란히 눈물겨운 「페시미즘」의 변형으로서의 비장미이다.
바리톤 김원경 (원효 역)의 「액팅」과 노래는 명실공히 완벽했고 소프라노 김성애 (요석 역)의 노래는 들을수록 탐스럽다.
유충렬 (의상 역) 은 고음의 한계를 느꼈고 박성원 (거칠마루 역) 의 소리는 박력 있고, 신인 최명룡에게는 큼 기대를 걸고 싶다. 그외 전 「캐스트」가 모두 열연이었으며 합창과 관현악에 이르기까지 연출자의 의도가 역력히 드러나 보였고 무대 미술 또한 수작이었다. (연출·이진순 지휘 장인남 반주·국향)
김무광 <음악 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