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캐스트」모두 연습에 피치|「말똥이」김순철…적역이란 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양 TV 전속「탤런트」80여명과 연극·영화계의 중진 김동원·황정순·주선태·주조녀씨 등이 총 동원되는 극단 「동양」의 창립 공연은 우리 나라 연극 사상 최고의 호화 「캐스트」라는 데서 많은 뒷 얘기를 뿌리고 있다.
극단 「동양」이 창립 공연 「레퍼터리」를 『소』로 결정하면서 작자인 유치진씨에게 그 뜻을 알렸는데 유씨는 처음부터 『말똥이 (주인공) 역을 해낼 사람이 있을까』고 반문, 그 무렵 김순철씨가 MBC로부터 TBC로 옮겨와 「동양」이 『김순철씨면 어떠냐』고 했더니 유씨도 대찬성. 이래서 김순철씨로 결정 됐는데 유씨와 김동원씨 등 극계 원로들은 『가장 적역이라던 김승호씨 보다 더 적역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기진의 「네임·밸류」도 호화판이지만 이들이 받은 각종 상을 모아 보면 엄청나다는 것 또한 특색이다. 김동원·황정순·주조녀씨는 말할 것도 없고 여운계·김민자·안은숙·이순재·오현경·이낙훈·김성원 등도 모두 서너 차례의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소』 의 「캐스트」 들이 가지고 있는 「트로피」를 모두 합치면 어림잡아 50여개나 된다고.
인형극 제작자인 조용수씨는 「타이틀·롤」인 소 제작에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당초「동양」은 『소』 공연에 처음으로 실물 소를 등장시키려 했으나 적격 소를 찾지 못해 부득이 인조 소를 등장시키기로 한 것. 이 인형 소 제작비는 10만원이 드는데 1일 연습 때 미완성된 소가 연습장에 나타나자 몇몇 사람들은 진짜 소인 줄 알고 피할 정도로 실물과 흡사하게 만들어졌다.
말똥이 역의 김순철씨와 사음 역의 김성원씨는 원래 대식가로 유명하지만 이번 그들이 맡은 역이 하도 힘들고 소리를 많이 질러야 하는 역이기 때문에 식욕이 더욱 늘어 하루에 여섯끼씩 먹어야 견디게 됐다고-. 매끼마다 쇠고기 한 근씩 먹어야 한다는 김순철씨는 식사비만 하루에 몇 천원씩 든다고 울상이다.
이번의 창립 공연에는 「탤런트」 모두가 경쟁하듯 열을 올리기 때문에 녹화 스케줄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열성적인 사람은 4년만에 무대에서는 주조녀씨. 주씨는 누구보다 먼저 연습장에 나타나 스스로 연습을 독려하는 등 무슨 일에나 앞장을 서 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