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의 근황을 살펴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새로운 형식의 고속열차개발경쟁이 유럽에서 본격화되었다. 최근 서독의 한 회사가 가장 앞섰던 불 영의 것보다도 시속 2백㎞나 더 빠른 슈넬·추크(영역=트랜스래피드)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제 미래의 교통기관인 고속열차 개발은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다.
현재 개발중인 고속열차는 프랑스의 아에로트랭, 영국의 호버트레인뿐이고 계획된 것은 이번에 발표한 서독의 트랜스래피드·시스팀이 있다.
미국의 글라이드·웨이 및 일본의 로키트열차·튜브열차 등은 아직 아이디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고속열차는 철도가 없다. 레일대신에 콘크리트 노반 위를 바퀴 없이 떠서(부상) 달리는, 전혀 새로운 방식에 의한다. 레일 위에 바퀴를 굴려서 질주하는데는 속도의 벽이 있다. 즉 시속3백㎞이상을 요하는 미래의 교통기관으로는 부적당하다. 열차가 서행 시는 바퀴와의 마찰력이 높지만 시속 1백㎞에서 마찰력은 절반으로 급 감소하고 시속 3백27㎞에 이르면 주행 시에 발생하는 주행저항과 같아져 열차는 그 이상 가속되지 않는다. 주행저항은 공기에 의한 저항과 기계적 저항인데 속력의 자승으로 증가한다.
시속3백27㎞는 이론상의 수치고 실제로는 시속 2백50㎞까지가 한계점이다. 이밖에 레일 위를 금속차륜을 회전시키는 방법은 시속이 증가하면 할수록 차륜 등의 지지장치와 동력비가 기하급수로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
프랑스의 아에로트랭은 이미 실험선로에서 일반에게 시운전을 치렀고 영국의 호버트레인은 지금 실험선로를 건설중이다. 선로는 엑스포에서 선보인 것과 같은 모노레일처럼 고가선로이기 때문에 건널목이 없고 선로용지가 적으며 건설기간이 짧은 잇점이 있다. 고가선로의 기둥과 기둥사이는 프랑스 것이 20m, 영국 것은 23m다.
추진방식은 아에로트랭이 프러펠러인데 반해 호버트레인은 리니어모터, 서독 식은 미정이다. 차량의 부상방식은 모두 에어쿠션에 의한다.
에어쿠션이란 차량 아래로 압축공기를 분사하여 그 힘으로 뜨는 장치다.
속도는 아에로트랭이 시속 2백50∼3백㎞, 호버트레인은 4백80㎞, 트랜스래피드는 5백∼6백㎞다.
노선은 프랑스가 파리∼오레앙간에 실용선을 건설중이고 영국은 런던∼신 공항간에 실용선이 예정됐고 동부에 실험선을 약 5㎞ 건설중이다.
서독은 최북단의 함부르크에서 최남단의 뮌헨을 종단한다.
서독의 유명한 기관차 메이커 크라우스·마하이사가 발표한 트랜스래피드·시스팀은 다음과 같다.
중거리여객(중거리여객이 비행기를 이용하면 공항과 도시간에서 소비하는 시간 때문에 고속열차보다 늦다) 및 컨테이너 수송을 목적으로 최고 시속은 6백㎞. 여행구간은 6백∼1천㎞용이다.
고가선로의 높이는 약6m, 커브반경은 3㎞ 이상이다.
추진방식 및 부상방식은 미정이나 세 가지가 구상중이다.
①전자유도에 의해서 차량을 수㎜부상시키고 노반 위에 지지시키며 추진은 리니어모터에 의한다. 리니어모터란 가정에 있는 적산전력계의 원리와 같다. 가운데서 회전하는 알루미늄이 차량 격이고 바깥에 둘러싸인 코일이 선로 격이다. 둥근 코일을 펴놓고 그 위에 알루미늄조각이 떠서 원운동 아닌 직선운동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종이 위에 쇠붙이를 놓고 아래에서 자석을 이동하면 쇠붙이가 따라가는 것과 같다.
②부상은 에어쿠션으로, 추진은 리니어모터로 하는 법.
③부상은 에어쿠션으로, 추진은 제트·엔진으로 하는 법.
오늘날의 기술로 보아 첫째방법이 유망시 된다. 리니어모터는 가동부분이 없어서 마모가 전혀 없고 보수가 쉬우며 소음이 전혀 없는 잇점이 있다.
차량의 길이는45m, 중량70t, 승객은 2백명 정원이다. 영국의 호버트레인은 길이24m, 폭2.75m, 중량15t에 1백명 정원이다. 트랜스래피드·시스팀의 특징은 교통기관과의 연결이 되므로 일반철도망이 집결하는 곳과 접속한다.
차량의 감속은 각기 독립된 3종의 브레이크가 단계적으로 작용한다. 리니어모터의 역회전, 또는 제트·엔진의 역회전으로 크게 감속한 후 부익에 의한 공기저항으로 저속이 된 후에 마찰 브레이크를 걸어서 정거한다. 시속 5백㎞에서 유지까지 약50초, 거리로는 약6·5㎞다.
연간 3억5천만 마르크(약2백60억원) 씩 7년만에 완성되면 이 구간에 1백18대의 열차가 운행하여 하루1억3천5백만명·㎞, 화물로는 약6천9백만t·㎞를 수송한다.
클라우스·마하이사는 차량개발을 위해 메서·슈미트·베르코·블롬 항공기 회사와 기술협력을 맺었다. 고속차량은 차라리 항공기의 개발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1개월에 2㎞의 속도로 건설중인 프랑스의 아에로트랭은 속도면에서 뒤지기 때문에 일부수정을 요하게 되었다.<김현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