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Fed 의무는 모든 미국인 섬기는 것 … 더 많은 조치로 경제회복 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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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부의장(가운데)이 수락 연설을 한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의 박수를 받으며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 발표회장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벤 버냉키 Fed 의장. 옐런은 이날 연설에서 “Fed는 실업률 개선에 도움을 줘야 한다”며 일자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옐런 지명자는 의회 인준을 받으면 내년 1월 31일로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의 뒤를 이어 4년간 미 중앙은행을 이끌게 된다. [워싱턴 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부의장인 재닛 옐런(67)이 차기 의장에 지명된 뒤 첫연설에서 가장 힘줘 한 말은 일자리였다.

 옐런은 10일 새벽(한국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지명 직후 연단에 올라 수락연설을 했다. 그의 왼편에 벤 버냉키 현 의장이 서 있었다. 옐런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 확신에 찬 울림이 아니었다. 그는“지난 6년 동안 어려움이 많았다. 대침체로 일자리를 잃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겐 특히 힘든 시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옐런은 “법이 Fed에 부여한 의무는 모든 미국인을 섬기라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많은 국민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가족 부양과 공과금 납부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그의 발언은 금융위기라는 시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버냉키나 앨런 그린스펀의 지명 직후 발언과 사뭇 달랐다. 그들은 물가와 일자리를 비슷하게 강조했다.

 옐런은 일자리 강조가 자신만의 의견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Fed가) 더 많은 조치를 취해 경제 회복을 촉진해야 한다는 데 오바마 대통령과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옐런의 이날 연설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모든 미국인을 위해’란 부분이었다. Fed가 월가(금융계)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말로 풀이됐다. 그는 “금융 시스템을 건전하게 유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월가에 대한 감독과 법 집행이 엄격해질 전망이다. 금융시스템 안정은 물가안정(1913년)과 고용창출(1954년)에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Fed의 세 번째 의무가 됐다.

 옐런이 물가 안정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연설문 세 번째 단락에서 “의회가 Fed에 부여한 책임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며 금융시스템을 건전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역대 지명자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그는 연설 끝 무렵에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 안에서 머물도록 하고 경제 성장이 가져온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미국 중앙은행 약칭 Fed로 표기합니다

◆FRB와 Fed=미국 중앙은행인‘The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의 영문 약칭은 FRB와 Fed가 혼용됐다. 국내에선 FRB를 더 많이 썼다. 이는 일본인들이 1920년대 이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로 번역하고 영어 약칭을 ‘FRB’로 붙인 데 영향을 받았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미 중앙은행 약칭을 Fed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 중앙은행은 한국은행처럼 단일 은행 시스템이 아니다. 지역 12개 준비은행과 워싱턴의 이사회,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 등으로 분리돼 있다. 그 조직들은 상당히 독립적이다. 기준금리·콜금리·재할인 등을 결정하는 곳이 서로 다르다. 미국인들도 어떤 조직이 중앙은행 전체를 대표하는지 혼란스러워할 정도였다. 그들이 Federal의 앞부분인 Fed로 중앙은행을 부르기 시작한 이유다.

 우리말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일본식 한자이고 조잡한 번역이어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게다가 미 중앙은행 전체를 부르는 이름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미 중앙은행 설립 100년을 맞아 적절한 우리식 이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교열기자협회 등은 미 중앙은행 전체를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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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의장 지명 수락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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