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에도 된장, 덮밥에도 된장 … 그는 뉴욕의 된장남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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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뉴욕 한식당 미슐랭 스타 셰프의 된장 요리 (4인분 기준) ‘단지’의 오너 셰프 후니김이 경북 포항 장 제조업체 ‘죽장연’의 장독대를 둘러보고 있다. 경북도 무형문화재 이무남 옹기장이 만든 장 항아리 3000여 개가 늘어선 곳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미슐랭 1스타 식당 ‘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요리사 후니김(한국 이름 김훈·40)씨가 한국을 찾아왔다. 한국 음식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한 연례행사다. 2010년 12월 문을 연 한식당 ‘단지’는 개점 10개월 만인 2011년 10월 미슐랭 스타 식당으로 선정됐다. 한식당 최초의 미슐랭 스타 식당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중 경북 포항에 있는 전통장 제조업체 ‘죽장연’도 방문했다. 지난해부터 그의 식당에서 사용하는 된장·고추장·간장을 만드는 곳이다. 지난달 말 ‘죽장연’의 장독대에서 된장 맛을 확인하는 그를 만나 그의 한식 철학을 들었다. 그는 ‘단지’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된장요리 세 가지의 요리법도 알려줬다.

2 후니김이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된장 항아리를 꼼꼼히 살펴본다. 그는 이 항아리 속 된장을 공수받아 미슐랭 스타 식당 ‘단지’의 요리를 만든다.

-한인 1.5세로서 한식 요리사가 됐다. 한국 음식을 먹어본 경험에 한계가 있을 법도 한데.

“세 살 때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했다. 아버지 고향인 전남 소안도와 어머니 고향인 대구에서 먹었던 한국 음식 맛이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 맛이 내가 음식점을 운영하며 구현하고픈 목표다.”

-뉴욕에서 정통 한식 요리 재료를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된장·고추장·참기름·고춧가루 등은 한국에서 공수받아 사용한다. 처음 ‘단지’ 문을 열었을 때는 미국에서 직접 장을 담가 먹는 교민 가정에서 사다 썼다. 하지만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죽장연’에서 보내준 시식용 장을 먹어본 뒤 지난해부터 이곳 제품을 사먹고 있다. 매년 한국에서 배달받는 된장 양만 150∼180L에 달한다.”

-장을 사용하는 요리가 많다.

“장을 넣으면 맛이 깊어진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우리 식당에서 장은 음식 맛을 2배로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파전을 만들 때도 된장을 한 숟가락 집어넣고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장은 좋은 식재료다. 단백질이 풍부해서인지 추운 겨울날 된장덮밥을 먹고 나면 고기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데도 고기를 먹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간장도 전통간장의 맛과 양조간장의 맛이 완전히 다르다. 모든 요리에 전통간장을 쓰고 싶지만 양을 감당할 수 없어 양조간장과 섞어 사용하고 있다. 다만 매년 6∼7월 간장게장을 담글 때는 전통간장만 쓴다.”

-레시피가 참 정교하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감자 넣고 10분 지난 뒤 양파 넣고, 또 5분 지난 뒤 호박 넣고 또 5분 더 끓이라는 식이다.

“야채를 한꺼번에 넣지 않고 순서대로 넣는 이유는 야채마다 익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요리사는 재료의 상태를 세심히 관찰하고 그때그때 레시피를 조정해가며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나는 된장요리를 하면서 청국장을 함께 쓴다. 된장의 짠맛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다. 전통 된장은 공장에서 만든 ‘수퍼마켓 된장’보다 훨씬 짜다. 하지만 이번에 ‘죽장연’ 장독에서 새 된장 맛을 봤는데 짠맛이 많이 줄었더라. 앞으로 청국장 사용량을 좀 줄여야 될 것 같다.”

3 메주콩을 삶는 무쇠솥. 뒤쪽에 쌓인 장작은 불을 땔 참나무다.

-지난 7월엔 맨해튼에 주점 형태의 한식당 ‘한잔’ 문도 열었다. 음식 사업가로서의 꿈이 있다면.

“미식가들이 좋아하는 한식 요리사가 되고 싶다. 또 미국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한식을 만들어먹을 수 있도록 한식 재료 전문 가게도 내고 싶다. 뉴욕에선 외식보다 직접 요리해 먹는 게 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미식가들만 요리한다고 봐도 된다.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사먹기만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한국 음식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재료를 공급해준다면 직접 만들어 먹으려고 할 것이다. 뉴욕에 있는 이탈리아 식재료 가게 ‘이틀리(Eatly)’가 내 사업 모델이다. 이곳에서 파는 치즈나 오일 등을 사용하면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음식에서 식재료는 정말 중요하다. 참기름만 해도 저가 제품들은 냄새는 고소하지만 맛은 쓰다. 이런 참기름 몇 방울이 애써 만든 요리를 다 망친다.”

-한국 식재료 중 미국 사람들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재료는 무엇인가.

“한우다. 한우는 참 특이하다. 질긴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미국으로 가져가는 게 불법이란 점이 참 아쉽다.”

-이번 방한 기간 중 먹은 한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서울 강남의 한 제주도 음식 전문식당에서 먹은 갈치 요리다. 구이와 조림, 모두 환상적이었다. ‘한잔’에 갈치조림 메뉴를 추가할 생각이다.”

미슐랭 스타 셰프의 된장 요리 (4인분 기준)

된장찌개

재료=다시물 3L, 된장 3큰술, 청국장 2큰술, 고추장 2작은술,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고춧가루 1큰술, 간장 약간, 감자 2개, 양파 2개, 호박 2개, 쇠고기(양지) 250g, 두부 1모, 고추, 대파 2뿌리

만드는 법=①끓는 다시물에 된장을 풀고 최소 20분 동안 끓인다. 된장을 오래 끓여야 단맛이 살아난다. ②충분히 끓인 된장 국물에 청국장과 고추장을 넣고 10분 더 끓인 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생강을 넣고 10분 더 끓인다. ③감자를 넣고 10분 끓인 다음, 양파를 넣고 5분 끓이고, 호박을 넣고 5분 더 끓인다. 이후 고추와 쇠고기·두부를 넣고 5분 더 끓인 다음 간장과 고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④대파를 집어넣고 뚜껑을 덮은 뒤 불을 끄고 남은 열로 5분 정도 기다리면 완성이다.

다시물 만드는 법=①다시마(가로·세로 각 10㎝ 크기, 6장)와 마른 표고버섯(3개), 마른 멸치(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것, 6개)를 물 3L에 넣고 실온에서 하룻밤 둔다. ②중불에 올려 1시간30분 동안 끓인다. 온도는 물 표면이 조금씩 떨릴 정도로 맞춘다. 절대 팔팔 끓이지는 말 것. 그러면 쓴맛이 난다.

4 후니김이 만든 파전. 된장을 넣어 자연을 맛을 더했다. [사진 켄지 로페즈]

파전

재료=밀가루 1컵, 옥수수 전분 4분의 1컵,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탄산수 1컵, 다진 마늘 1작은술, 간장 1큰술, 된장 1큰술, 설탕 1작은술, 달걀 노른자 1개, 소금·후추 약간, 대파 4뿌리, 식물성 기름

소스 재료=간장 2큰술, 현미식초 1작은술, 맛술 1작은술, 참기름 3방울

만드는 법=①파와 기름을 뺀 모든 재료를 혼합해 반죽물을 만든 뒤 냉장고나 냉동고 안에 넣어둔다. 반죽이 차가울수록 파전은 더 바삭거린다. ②파를 2.5㎝ 길이로 자른 뒤 차가운 반죽물을 부어 잘 섞는다. ③팬을 뜨겁게 달군 다음 식물성기름 3큰술을 붓는다. 국자로 파+반죽물을 떠서 팬에 놓고 아랫면이 황금 갈색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식물성 기름 2큰술을 더 넣은 뒤 전을 뒤집어 황금갈색이 될 때까지 부친다. ④다 부친 뒤에는 종이 타월을 이용해 전에 흐르는 기름을 흡수시키고 소스를 곁들여 낸다. 빨간 고추를 넣어 고추파전을 만들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오징어와 다진 새우 등을 더해 해물파전을 만들었을 때는 소스 대신 레몬즙을 뿌려 먹어도 된다.

된장덮밥

재료=쇠고기 450g, 양파 2개, 마늘 4쪽, 다진 생강 1큰술, 된장 2큰술, 청국장 1큰술, 닭육수 1L, 풋고추 2개, 두부 2모, 대파 2뿌리

만드는 법=①갈아놓은 쇠고기와 다진 양파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②다진 생강과 마늘을 넣고 3분 동안 더 요리한다. ③닭육수와 된장·청국장을 넣고 15분 동안 약한 불에서 익힌다. ④깍둑 썰기한 두부와 얇게 저민 풋고추를 집어넣고 10분 동안 더 익힌다. 마지막으로 파를 넣은 뒤 밥 위에 얹어낸다.

포항 글·사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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