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자본주의 내재발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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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의 '자본주의 맹아(萌芽)론'과 '내재적 발전론'을 허상으로 간주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것은 우리 내부로부터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씨앗을 키우고 있었다는 학설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낙성대경제연구소(소장 이영훈)는 28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한 '한국의 장기통계:17~20세기'학술대회에서 "조선 경제는 개항(1876) 이후 외래 자본주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미 그 전에 자신의 체제 모순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세기는 인구와 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19세기 들어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대중국 무역적자의 폭은 커졌고 삼림의 황폐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농업 생산성도 떨어진 것으로 지적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소는 그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끝난 직후인 17세기 이래 20세기 초반에 걸친 각종 경제학적 수치를 토대로 연구작업을 해왔다.

연구작업을 총괄한 이 연구소의 이영훈(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소장은 "19세기 후반에 빈발한 민란이나 농민전쟁은 조선 왕조가 자기조절적 통합 원리를 상실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움직임을 근대화를 위한 신흥 부농(富農)과 상공업자의 정치적 투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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