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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의 가을야구 엿보기] 좌익수 김현수, 1루 기용은 무리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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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두산은 올 시즌 팀 타율과 팀 출루율 1위를 차지했다. 나를 포함한 두산 팬들은 2013년 포스트시즌에서도 공격적인 야구를 기대했다.

 그러나 두산은 준PO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소극적이었다. 1차전에서 4타수 4안타를 때린 정수빈을 2번 타자로 올린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1회 초 이종욱이 안타를 때리고 나가자 타격감이 가장 좋은 정수빈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한 벤치의 전략이 아쉬웠다. 두산 선발 유희관을 믿고 선취점을 뽑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시작부터 두산이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산은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강점을 맹신한 게 패인이었다. 두산이 자랑하는 발 빠른 외야진을 강화하기 위해 정수빈·이종욱·민병헌을 모두 선발로 썼다. 그 때문에 주로 좌익수를 봤던 김현수가 1루수로 나섰다. 김현수는 연장 10회 말 오현택의 견제구를 뒤로 빠뜨리는 뼈아픈 실수(실책은 오현택)를 했다. 결국 이게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김현수가 1루를 지키는 건 자신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불안한 일이었다. 그뿐 아니라 낯선 포지션에서 뛰는 부담은 타격 부진으로도 이어졌다. 김현수가 4회 병살타로 물러난 장면, 9회 득점 찬스에서 1루 땅볼로 아웃된 장면은 두산엔 너무나 아쉬웠다.

 두산의 또 다른 강점은 빠르고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이다. 8회 초 1사 1·3루에서 오재일의 유격수 땅볼 때 1루 주자 오재원이 깊숙하게 2루 슬라이딩을 하면서 병살을 막아낸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어려운 고급 플레이였다. 그러나 베이스러닝이 지나친 장면이 더 많았다. 1차전에서 세 차례나 주루사했던 정수빈이 9회 초 번트를 대고 상대 실책을 틈타 2루까지 욕심내다 아웃됐다. 김재호의 6회 도루 실패도 마음이 앞선 것 같았다. 오재원은 10회 내야안타를 때린 뒤 송구가 뒤로 빠지자 1루 코치의 정지 사인을 보지 않고 2루로 뛰다 아웃됐다.

 두산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아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갈 줄 알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승부처마다 조급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오히려 2008년 창단 후 처음 가을잔치에 나선 넥센이 승부를 즐기는 것 같다. 나는 두산 팬이지만 넥센의 선전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운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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