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형은 구호금으로 연명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 미국의 대통령의,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부인 백악관주인공의 사촌이 가난에 시달리다 못해 사회복지구호금으로 연명하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될지?
최근 「리처드·밀하우스·닉슨」대통령의 사촌형「필립·밀하우스」씨 부처가 약1년전부터 주와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구호금에 목을 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묘한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밀하우스」씨(55)는 66년 심장마비를 일으킨 후 조그맣게 경영하던 톱장사도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부인 「애너」(47)마저 중풍으로 꼼짝못해 입에 풀칠할 길이 막연했다는 것.
현재 「로스앤젤레스」교외 「그래스벨리」라는 벽지에서 자식도 없이 외로이 살고있는 이들은 불구자를 보살펴주는 보호자에 지불할 57「달러」와 생활비 2백70「달러」를 매달 주「사회복지회」로부터 받고있다.
그러나 69년말 이들 부부가 꼭 보호자를 필요로 할 상태라면 양로원으로 옮겨야 할 것 아니냐는 문제로 말썽이 일었다. 『정든 집을 버리고 양로원으로야 갈 수 없다』는 이들 부부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 1백km나 떨어진 병원에 2주마다 한번씩 다닐 수 있도록 월15「달러」의 교통비도 신청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교통비지불을 거절, 보호자급료를 증액할 것을 허용했으나 이 바람에 「밀하우스」의 이름이 세상에 밝혀지고야 만 것이다.
왜 「닉슨」대통령의 도움을 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애더」여사는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요. 우리는 동냥질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과는 달라요. 「밀하우스」가 부슨 밥벌이를 해보려고 애쓰고 있답니다』고 완강히 말했다.
한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닉슨」대통령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도움은 불필요하다』고 담담히 말하고 『「밀하우스」가문은 자립정신이 투철함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영국 「선데이·텔리그래프」지 기자가 이 문제를 가지고 「닉슨」과 「인터뷰」를 청했을 때 그는 동생인 「헤럴드」씨가 40년전 결핵으로 고생했을 때 그의 부모들은 주립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은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고 주장, 돈을 빌어 개인병원에 입원시킬 정도로 자립정신이 강하다는 일화를 소개하더라고. <한남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