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삼 여행기 「핀란드에서 1신」>
대륙의 최 북단에 있는 「노르웨이」와 소련의 국경선에서 철의 장막의 일부분이나마 엿보노라니 여행할 수 없는 땅이기에 더욱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노르웨이」여행을 끝내고는「버스」를 타고 다음 여행지「핀란드」로 가기로 했는데 「노르웨이」북쪽의 땅은 남쪽보다 거칠며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를 방불케 하는 실제의 황무지가 펼쳐진다.
「핀란드」로 향하여 「버스」가 자꾸만 내륙으로 달리니 침엽수림이며 퇴석지대가 보이는가하더니 국경을 넘어 「핀란드」로 들어갈 때에는 초겨울이라 진눈깨비가 내린다. 음산한 날씨이기 때문인지 더욱 북구 적인 우수가 온몸을 감싼다.
벌써부터 여비조달이 뜻대로, 되지 않아 어떤 애는 교통비마저 떨어져 사정하여 거저 타기도 하여 간신히 여행하고있는 터이라 음식을 제때 못 먹는 날이 많았다.
이같이 굶주리다시피 하며 얇은 「잠바」차림으로 추운 이 나라를 쏘다니자니 떨리어 소금털이 까칠하게 인다. 내 모양이 하도 가련하게 보였던지「버스」에서 사권 어떤 거구의 신사가 자기 「오버」를 벗어 내게 입혀 주었는데 어린이가 어른의 옷을 걸쳐 입은 것 같아 여간 우습지가 않았다.
눈이 쌍인 길을 「버스」가 두 줄의 자동차 바퀴 자리를 내며 자꾸만 남쪽으로 달리는데 눈이 많이 오는 지방이어서 방설책이 여기저기 보이는가 하면 길의 표식나 강설의 척도를 알아보기 위한 설봉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있다. 그라고 썰매며 제설차가 대기하고있다. 눈 나라다운 정취가 있으며 또한 푸짐한 눈의 낭만이 있다.
도중에서 동양족과의 혼혈이라는 「랩」족인 유목민들이 순록을 키우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랩」족은 동양민족과의 혼혈이라고는 하지만 「유럽」사람과 거의 같으며 양복이나 양장을 하되 「아라베스크」한 「디자인」으로 된 독특한 모자를 즐겨 쓴다. 여러 유목민을 사귀었는데 책에서 보았던 것처럼 웃음이 많고 사교가 매우 능란하다. 문명인다운 생활을 한다고는 볼 수 없으나 「프랑스」사교계 이상의 예절을 쓰는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몇몇 시골에 들렀더니 지역적인 그림엽서를 많이 팔고 있는데 자기 마을의 사진들을 찍은 아름다운 엽서라고 서로 자랑하고있다. 이것은 이 나라 사람의 조국애가 유독 강하듯이 향토애도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그림엽서는 매우 인쇄가 잘되어있으며 만 「유럽」여러 나라가 「누드」사진이며 춘화도를 많이 파는데 비기면「핀란드」사람은 분명 조국의 자연을 끔찍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부 이남으로 내려가니 숲과 호수가 유독 많다. 크고 작은 호수가 무려 3만5천이나 있으니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숲에 싸인 호수를 보게된다.
이같이 호수가 많기 때문에 이 나라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토인들은 신이 자기 나라를 육지인지 바다인지 구변하지 못하고 까마득히 잊고있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고 한다. 이 호수들은 빙하시대에 주로 생긴 것이라고 하는데 하도 아름다와 호수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 빠져 죽었다는 미소년 「나르시스」의 신화가 문득 생각났었다. 수면에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이 웬일일까. 추남인 나의 얼굴이 미남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신비스러운 호수의 조화인가 혹은 환각인가.
이 나라의 국보적인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저 아름답기 그지없는 『「투오넬라」의 일조』란 음악은 「핀란드」의 국민 서사시 「칼레왈라」에 나오는 것을 그렸다고는 하지만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호수를 보노라면 기막힌 예술이 걸로 나올 것만 같다. 모르긴 해도 「핀란드」에는 이 나라의 최대의 서사시인 「레이노」에 못지 않은 호반시인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예술도 대자연의 시며 그림이며 음악일수 있는 이 호수의 아름다움을 따르지는 못하지 않을까.
이 나라 사람은 배 「게르만」족의 특징인 장신장두로서 거의 훤칠한 체격들이다.
특히 아름다운 여성들이 호숫가를 거니는 것을 보면 요정이 아닌가 , 하도록 황홀하게 보인다. 사회보장제도가 서고 복지사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생활의 불안이니 공포니 하는 것은 찾을 수가 없다. 노는 사람이 없이 모두 부지런해 보이며 강렬한 삶의 의욕이 얼굴들에 충만해 있다. 북구의 우수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며 「핀란드」사람들에게선 새로운 낙천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김찬삼>
눈의 낭만속에 넘치는 삶의 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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