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해주는 방 청소 사절 브라질 대표팀 깐깐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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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소도 남성이 해달라.” “수영장 물 온도를 바꿔달라.” 몸값 총액이 4억400만 유로(약 5856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스타 군단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까다로운 요구 사항이다.

브라질은 지난 7일에 입국해서 12일까지 서울 홍은동에 위치한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머문다. 브라질축구협회와 브라질의 평가전을 대행하는 기업 ‘피치’가 올해 각각 두 차례씩 한국을 방문한 끝에 고른 숙소다. 대한축구협회가 추천한 서너 개의 호텔을 꼼꼼하게 답사했다. 그랜드 힐튼 호텔을 선택한 건 이동 거리와 선수단의 안전을 고려한 결과다. 이 호텔은 브라질 팀이 훈련하는 파주 NFC(국가대표팀훈련센터),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인천국제공항과 거리가 가깝다. 또 도심이 아닌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선수단을 관리하기가 쉽다.

 ◆“해 주세요”=브라질은 답사 때 “수영장 수온을 원하는 대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수중 재활 치료 땐 수온을 올려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 브라질은 피트니스센터와 식당을 사용할 때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해달라고 요구했다. 피트니스센터 회원조차도 브라질 선수들이 사용하는 시간에는 출입할 수 없다. 호텔 측은 브라질 대표팀을 유치하기 위해 미리 회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브라질은 8일 오후로 예정됐던 야외 훈련을 갑자기 취소했다. 시차 적응이 덜 됐다는 이유였다. 선수들 일부만 호텔 내부의 사우나와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했다.

 브라질 선수단은 호텔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한다. 메뉴는 물론, 조리법까지도 축구협회가 꼼꼼하게 지시한다. 브라질축구협회는 미리 레시피를 호텔에 전달했다. 선수들의 기량만큼이나 선수단 관리도 깐깐하다.

 ◆“하지 마세요”=브라질은 선수와 외부인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텔 7층을 통째로 빌려 선수 전원이 1인 1실을 사용한다. 경호원 6명이 호텔 로비와 7층을 번갈아 가면서 지킨다. 브라질 측은 인원 충원을 요구했다.

 7층에는 일반인의 출입은 물론 호텔 직원조차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 특히 여성 스태프의 접근은 원천봉쇄하고 있다. 브라질은 호텔에 “여성 하우스키퍼 또는 여성 매니저의 7층 출입을 막아 달라. 방 청소는 무조건 남성이 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유분방한 브라질 선수들이기에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호텔 직원으로 위장해서 숙소에 뛰어드는 일부 팬들의 지나친 행동을 막기 위한 대책이기도 하다. 또 7층을 드나드는 스태프에게는 ‘사진 촬영 절대 금지’를 부탁했다.

 브라질 선수들은 7, 8일 모두 안전을 이유로 대부분 방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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