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아시아와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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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한국국제관계연구소가 유성에서 마련했던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의 저명한 공산권 문제 전문가인 즈비그니에프·브르진스키 교수와 월남문제전문가인 더글러스·파이크씨가 내한했으며, 이를 계기로 그들의 강연요지 또는 회견기가 널리 지상에 보도되고 있다.
우선 그들이 피력한 소견에 찬성한다거나 또는 반대한다거나의 견해 차이를 논하기에 앞서서 그들이 보는 세계정세, 또는 동부아세아정세의 판단이라는 것은 한국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것들이 있다고 할 것이다.
먼저 브르진스키 교수의 소론을 간추려 보면, 그는 1970년대의 시대적 성격을 재평가, 오늘의 시점에서 모든 나라가 그 대외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과도기적인 것으로 보고, 미·소 관계, 미·일 관계, 미·중공관계가 각각 변모, 개선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미국의 해외 개입은 축소되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고있다.
또한 브르진스키 교수는 한반도의 긴장은 물론 세계긴장이 전반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월남문제 전문가인 파이크씨는 인지반도에서 공산세력의 조직은 약화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우리의 특별한 관심사라 할 수 있는 월남전쟁의 종결형태에 대해서는 「자연소멸」이 될 것임을 지적하고 있는가하면, 현금 라오스 작전에 대한 중공의 개입문제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임을 말하여 역시 전반적으로 낙관론을 펴고있다.
전기한 두 전문가들의 견해는 미국의 세계정책이라는 관점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허가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것이 비록 우리와 같은 당사국의 국민들의 견해와는 다른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럴만한 이유를 우리가 전혀 도외시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전기한 두 전문가들이 보는 견해의 개연성이 높다거나 적다거나의 문제보다도 그들 소론에서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세계정세를 보는 눈에 있어서의 우리와의 현격한 차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와는 달리 현금 세계, 그 중에도 특히 우리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1970연대의 동부 아시아가 유례없이 크게 변화·유동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는 세계 및 극동정세는 우리가 지난날의 고정관념으로서 그 정세를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크게 달라지고 있으며, 그러한 가운데 자칫하면 우리는 국제정세의 새로운 이행에 정책면에 있어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대처하지 못하고 낙후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사실상 1970년대의 동부 아시아에 있어서는 「닉슨·독트린」의 향방, 월남전쟁의 종결형태, 중공의 대외정책, 일본의 동향 등에 적지 않은 변모가 있을 것이 예상되며 그에 따른 불안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정세전개에 대해서 우리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적이 막연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특히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상황에서의 정부방침이나 정책이 어떤 것인지 그 방향조차 가릴 길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기회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변모하는 국제정세에 대해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며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대화와 연구를 통한 국론의 통일은 물론, 위정자들의 명확한 방침과 정책천명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실상 우리의 지도층들은 국내적인 정치대결 또는 눈앞에 나타난 사소한 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대외문제를 외면하거나 홀시하는 흠마저 없지 않으며 이 때문에 변천하는 세계에 등을 돌려대는 느낌조차 없지 않다. 새로이 형성될 국제질서에 대해 어떻게 우리가 대비할 것인가에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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