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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는 선거전열 구축|중앙서 지방…대오 갖추며 열풍 일으키는 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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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래간만에 열린 지난 주말의 신민당 정무회의에선『표가 몰리기는 하는데 이를 주워담을 사람이 없지 않느냐』(이철승씨의 말)고 선거 대오의 불비를 비판하는 발언이 많았다. 당수와 후보에게 맡겨진 선거대책 기구인선은 왜 늦고, 지구당의 공천입선엔 왜 손을 못 대고 있느냐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신민당은 선거 기구구성에 박차를 가했다. 공천 심사위원회를 만들고 선거 대책기구 안의 4역(원내총무·정책심의회의장·당기위장·훈련원장)과 선거 대책본부의 국장·부국장 인선도 서둘렀다.
그러나 뜻 밖에 선거기구 인선에서 말썽이 생겼었다. 특히 원내총무 자리를 두고 당내분위기가 몹시 탁해졌다.
『대학생들이 하는 모 외국회의 원내총무만도 못한 자리를 두고 마치 생사가 걸린 것처럼 서로 하겠다나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원내총무의 경합을 두고 당내에서 하는 얘기들이었다.

<주류 측과 상의 후 총무 유임 굳혀져>
유진산 대표와 김대중 후보는 지난17일 서울시내 외교 구락부에서 정일형 선거대책본부장과 같이 점심을 나누면서 3시간 동안이나 인선을 협의하고 있었다. 이날 정해영 박병배 양씨는 각기 외과 구락부에 전화를 걸었고 비서들은 외교 구락부에 보내 수시로 연락을 취하도록 해서 인선 결과를 기다린 것.
이날 하오 늦게 박 의원이 원내총무로, 정 의원이 정책심의회의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돌자 신민당 주변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해영씨는 18일 밤 김 후보와 유 대표를 각각 자택으로 찾아가『선거를 불과 한 두 달 앞두고 바꾸면 선거구에서 오해가 있어 내 선거에 지장이 있다』고 했고, 박병배 의원은 집에서 조용히 확정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씨의 분주한 움직임이 있은 다음날인 18일 아침 유진산 대표는『결정도 되지 않은 내용을 누설시킨 진원을 찾아 징계에 회부하라』고 화를 냈다.
이때부터 박씨 내정이 반전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19일 아침 유 대표는 다시『당 요직 중 결원만 보충하고 유임을 원칙으로 하겠다』면서 『앞서 김 후보가 박병배 의원을 추천한 사실은 있으나 합의한 일은 없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18일 낮 유 대표는 시내 S음식점에서 주류의 양일동 고흥문 김영삼씨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서 유임원칙이 정해졌다는 얘기.

<원내총무 쟁탈전 평소 감정도 겹쳐>
이번 인선에서 주류 측은 대변인과 조직국장을 차지하는 대신 김 후보측에 원내총무와 선전국장 자리를 양보키로 한 방침에 따라 김 후보가 민 박병배 의원을 총무로 일단 내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2, 3개월 밖에 임기가 남지 않았지만 이처럼 양쪽이 총무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이 자리가 대여 접촉의 제1선이고 8대 국회를 염두에 두고 기득권을 확보해 두자는 것.
정·박 두 사람의 총무쟁탈전은 해묵은 평소의 감정까지 겹쳐 더욱 치열했던 것 같다. 두 사람은 평소 일이 생길 때마다 서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숙적이었다.
이번 인선파동은 이재형씨의 탈당만큼 심각한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지만 그 여파는 한동안 신민당을 시끄럽게 할 소지를 갖고 있다. 총무자리를 둘러싼 말썽 때문에 선거대책기구의 정상가동은 늦추어졌고 선거를 앞둔 가장 큰 관심거리인 국회의원 공천문제는 뒷전으로 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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