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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마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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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SF라면 과학소설의 영문 약칭으로 알려져 있다. 보사부는 최근 SF 마크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의 SF는 우량식품(Superior Food)이라는 뜻이다. 우수식품으로 정부의 공인을 받고 싶을 땐 이 SF 마크를 신청하면 된다.
보사당국은 청원식품에 대해서는 우선 시설조사를 철저히 한다. 그 다음은 제품을 면밀히 검사한다. 마지막엔 심사위에서 그것의 동의를 얻어야 튄다.
이와 같은 제도는 한국의 독창안은 아니다. 일본의 후생성에서도 이미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FDA(식품 위생선)는 거의 모든 식품이 기준에 맞느냐 안 맞느냐는 심사를 하고 있다. 적어도 여기서『노』하는 판정이 내리면 그 식품은 부지할 수 없다. 그 만큼 위세가 당당하다. 권위와 신망으로 얻은 명성이다.
일본의 경우는 SF 마크보다 더 권위 있는 것이 있다. 우먼·파워 주부들의 고발정신은 불량식품 따위가 뿌리를 펼 수 없게 만든다. 더구나 여성잡지들은 수시로 새로 나온 상품들의 품질과 성능 따위를 사사롭게 감정하여 발표한다.
언젠가 한 여성지는 석유 난로의 여러 직류를 놓고 공개 이에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 것이 화재위험도가 높은가를 실제로 실연해 보이는 것이다.
식품도 그 고발대상의 예외일 수는 없다. 따라서 생산업자들도 그 고객들을 두려워했다. 도대체 실수요자의 기미를 의식하지 않고 는 어느 상품이든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 하나의 기업양심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보사부의 SF 마크 제는 아직 그 성가를 가타부타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KS 마크 제가 얼마나 유명무실하고 보잘것없는 것인가를 경험하고 있다. 이 처음엔 「우량」, 나중엔「불량」의 변신은 바로 그 우량을 인정한 KS 마크 자체의 신망까지 꾸겨 놓았다. 결국은「불량」을 정부가 보증한 아이러니 마저 범하고 말았다. 오늘날 과연 고객 가운데 KS 마크를 확인하고 상품을 살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SF도 그렇지 않다는 보증이 없다. 당국의 철저한 아프터·케어(사후관리)가 없이는 SF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기업가의 양식이 건전하지 못한 풍토에서 만들어진 상품은 역시 건전하지 못하다. 「검사」나 마크에 앞서 기업양심의 회복이 급선무이다. 이것은 정부당국의 성의와 고객의 준엄한 고발정신이 필요하다. SF는 제2의 KS가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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