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가 필요 없는 「라쉬」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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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컨테이너」선 수송 방식을 한 발짝 더 발전시킨 「라쉬」 선 (RASH=Riders Aboard Ship)이 미국에서 건조되어 금년 9월에는 태평양 항로에 모습을 나타낸다. 해상 수송의 새로운 혁명으로 불리는 「라쉬」선은 짐을 실은 일종의 부선 약 50척을 그대로 배 안에 싣고 목적지 항구 앞 바다에 다다르면 이 부선을 선미에서 차례로 내려놓아 상륙시키는 이를테면 항구가 필요 없는 배다. 떠다니는 컨테이너라고도 볼 수 있는 이 「라쉬」선의 부선 운반 방식은 하역 시간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부두에 대려고 기다릴 필요도 없어 경제성이 높다는 강점도 있다. 이 배에 대해 일부 항만·해운 관계자들은 배에 실은 부선을 용기로 보느냐, 아니면 배로 보느냐, 부선 업자가 압박을 받지 않느냐, 부선으로 한번 더 육지에 짐을 올린다면 손이 두 번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잇점이 없다는 등의 구구한 의견들이 나와 있다.
특히 각국 해운국은 부선을 배로 본다면 t세를 매겨야 하고 용기라면 면세이므로 우선 그 정의를 내리기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 「라쉬」선은 미국 「퍼시픽·파이스트·라인」(PFEL)이 「뉴올리언즈」 조선소에서 건조중인데 길이 2백447m, 2만6천4백t의 신형선으로 적재 능력 3백60t의 부선 49척과 20피트 짜리, 컨테이너도 3백56개를 같이 선적할 수 있다. 「라쉬」선은 69년부터 등장했으나 본격적인 대규모 선박은 이번이 처음이다. PFEL사는 항구 앞 바다에 도착하는 즉시 크레인으로 시간에 4척씩 부선을 띄움으로 컨테이너 선에 비해 하역 시간이 3분의 1로 단축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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