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콘설턴트 시도하는 김순자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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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결혼을 앞둔 사람, 또는 외국에 가서 몇 년 동안 살아야할 사람 등은 특별한 의상 계획이 필요해지는 계기를 맞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주위의 경험자들에게 「어드바이스」를 청해 본인 자신이 의상 준비의 목록을 짜는게 보통이다.
디자이너 김순자씨는 이런 경우의 의상 상담을 주로 취급하는 사무실을 조선 「호텔」 606호에 마련, 「의상 콘설턴트」란 새 직종을 우리 나라에서 시도해 오고 있다.
64년 도미, 워싱턴의 「아트·스쿨」에서 4년 동안 미술을 공부하고 중류 이상의 고객을 상대로 하는 백화점 「줄리어스·가핑거」에서 전속 디자이너로 3년 동안 일했던 김 여사는『미국과 유럽의 의상 「메이커」에 대한 정보까지를 합해서 알맞는 양의 의상 메뉴를 까보겠다』고 말한다.
여행 목적지, 머무르는 기간, 본인의 나이와 신분, 남편의 직업 등을 참작하고 의상 마련에 쓰려는 돈의 액수를 한도로 해서 짜주는 메뉴에 대한 비용은 무료이고, 그 목록 중의 옷 몇 벌을 김 여사 가게에서 맞추어도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벌도 안 사도 된다. 『가령 미국에 2, 3년간 공부하러 가는 유학생이 5만원 예산으로 옷 준비를 하려고 한다면, 떠날 때 입을 「수트」한 벌, 여름과 겨울용 한복 한 벌씩, 저녁 모임에 입을 드레스 한 벌로 메뉴를 짤 수 있겠지요. 예산에 따라 「수트」는 맞춤복으로 하든지 값이 좀 낮은 기성복을 사든지 하고 이브닝도 꼭 실크를 쓸게 아니라 혼방을 써도 좋고 신축성 있게 할 수 있어요.
미국이 아닌 유럽 쪽이고 경제 수준이 같은 정도라면 수속하느라고 힘드는데 옷에까지 신경 쓸게 아니라 한복 두벌만 싸 가지고 홀가분하게 떠나라고 권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각종 기성복이 모두 갖춰 있고 값도 싸고 사이즈도 한국 여성에 잘 맞는 편이거든요. 미국의 기성복들은 거기 비해 비싸고 바느질도 허술하고 사이즈가 맞기 힘드니까 어느 정도 값이 먹힐만한 옷은 준비해 가는 게 좋아요. 스커트, 바지, 스웨터, 블라우스 정도의 가벼운 옷들은 가서 사는 게 낫고 또 여기서 해간 옷들을 거기서 입으면 왠지 어색해 보이거든요.
당신의 체격이라면 기성복 사이즈가 미국서는 얼마, 유럽에선 얼마이고, 「스포츠·웨어」의 메이커는 어디가 믿을 만하고, 「타운·웨어」의 상표는 어떤 것이 무난하며, 또 쇼핑은 어디서 하면 좋다는 등 김 여사는 의상 디자인과 자료 구입을 위해 구미 제국을 돌아다니던 경험을 살려 어드바이스 하겠다고 말한다.
『한복은 대개 아래위 같은 빛깔로 통일하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엔 우리 고유의 배색으로 하는게 더 한국적이고 예쁜 것 같아요. 그리고 반드시 충고하고 싶은 것은 흰 속치마를 없애고 저고리 감 혹은 치마감과 같은 걸로 속바지를 만들어 가라는 거예요. 우리 나라에선 흔히 속치마가 밖으로 내보이지만 구미의 의상 관습에서는 질색할 만한 일이거든요. 검은 공단 치마에 흰 공단 속치마 정도로 어떤 디자인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모르지만…. 같은 감 속 바지는 내보여도 흉하지가 않거는요.』
전공이 웨딩과 이브닝이고 미국에서 신부를 위한 의상 상담을 주로 했던 김 여사는 『미국의 신부들도 웨딩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자기가 입어보지 못한 기발한 것, 환상적인 것을 꿈꾸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결혼식에서의 화장이나 옷은 평소에 지녀온 분위기를 너무 바꿔서는 대부분 실패예요. 신혼여행을 위한 것, 신혼의 「홈·드레스」 방문복 등이 모두 평소의 옷 입던 습관에 기초를 두어야 해요』라고 주장한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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