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두른 경찰봉 취재 기자 봉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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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1일 상오 1시10분쯤 서울 마포 경찰서 앞에서 김대중 후보 집 폭발물 사건 범인으로 단정되어 구속된 김홍준 군 (15)의 수감 상황을 취재 중이던 조선일보 사진부 이상악 기자 (31)와 신아일보 사진부 이종성 기자 (29)가 10여명의 기동 경찰이 휘두른 경찰봉에 맞아 부상했고 카메라가 부서졌으며 중앙일보 취재 차 서울 자l-4347호도 경찰봉 세례를 받아 보네트 등 앞부분이 부서졌다.
이날 경찰은 기자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마포 경찰서 소속 모 형사에게 코트를 뒤집어 씌운 다음 서울 자1-5784호 흑색 지프 뒷좌석에 태워 홍준 군으로 위장 『나 여기 있다』고 소리치게 해서 5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 확인하려하자 경찰 기동대가 고의로 일제히 경찰봉을 휘둘렀다.

<일하다 그리됐다>정 치안국장
정상천 치안국장은 11일 서울 마포 경찰서 앞에서의 기동 대원들의 기자 구타 등 지나친 경비 행위에 대해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고 『유감스러운 일로 자세한 진상을 조사하여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11일 상오 11시15분 현재 자세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서울 시경에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의 비서관 등 김 군 면회 거절 당해>
11일 상오 11시40분쯤 김대중 후보의 비서관 조길환씨 (40)와 경호원 김춘재씨 (31)가 구속중인 홍준 군을 면회하기 위해 마포 경찰서에 갔다가 수사 본부장의 허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조씨 등은 이날 담요 내의 스웨터 등을 차입해 주고 돌아갔다.

<검찰 수사 발표>물증 10여 점 잡았다
검찰이 발표한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김 군에게 수사 초점을 둔 이유=사건 발생을 전후한 2, 3분 사이에 현장을 목격하거나 김 후보 집에 들어간 사람은 방범 대원 조기환씨와 김 후보 운전사 도갑상씨 뿐, 다른 사람이 김 후보 집을 출입한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사건 당시와 같은 규모의 폭음을 내는 폭발물을 만들어 김 후보 집 뒷문 쪽에서 던져 보아도 무게가 가벼워 폭발 현장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김 후보 집 내부 소행으로 단정했다.
김 군이 평소 화약 놀이를 즐겨했고 작년에는 폭음이 큰 폭발물을 사용했다가 경찰에 입건된 사실, 사건 당시 김 군이 방에서 텔리비젼을 보다 자리를 떴다는 가정부 조양의 진술 및 방에 있었던 사람들과 김 군의 진술이 다른 점, 폭음이 들린 후 다른 사람은 다 뛰어나갔는데도 김 군은 태연하게 폭파 지점을 지적하면서 보일러가 터졌을 것이라는 등 부자연한 행동을 한 점등으로 김 군에게 수사를 집중했다.
◇자백 내용=평소 화약 놀이를 즐기던 김 군은 집안 사람들을 놀래주기 위해 사건 전날인 1월26일 미리 구입했던 어린이 딱총용 화약 껍질을 까고 화약만 탁구공 반 크기의 분량으로 모아 종이에 둥글게 싼 후 아래위에 종이 마개를 하고 길이 30㎝의 공업용 도화선 1개를 넣어 전선용 테이프를 외부에 감아 폭발물을 제조, 별채 접견실에 숨겼다가 1월27일 밤 9시35분쯤 텔리비젼을 보다가 2분간 자리를 비워 폭발시켰다.
◇증거 관계=김 군의 자백, 폭음이 나기전에 김 군이 자리를 비웠다는 가정부 조양의 진술 및 이 진술을 녹음한 테이프 1권, 사건 당시 김군의 행적에 대한 관계 참고인들의 진술.
폭파 현장에서 압수한 3, 4㎝ 길이로 끊어진 도화선 등 물증 10여점이 있으나 배후 및 관련자 수사 때문에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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