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K' 클레멘스와 존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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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과히 닥터 K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1993년을 끝으로 은퇴한 놀란 라이언은 통산 571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고 라이언과 비슷한 시대를 뛰었던 스티브 칼튼 역시 라이언에 이어 두 번째로 4천 탈삼진 고지를 정복했다.

그리고 단일 시즌 기록으로 보더라도 1900년 이후에 기록되었던 33번의 한 시즌 300 탈삼진 기록 중 무려 24번의 기록이 1970년 이후에 작성되었을 정도로 현대야구를 특징짓는 요소가 바로 닥터 K들의 등장이었던 것이다.

1997년과 1999년,각각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했었던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는 공교롭게도 이제까지 두 번의 한 시즌 300탈삼진을 이 두 시즌에 기록했고 또한 이 때 기록했었던 305개와 313개의 탈삼진은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300탈삼진을 넘은 것이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으로 1997년과 1998년 2년 연속으로 3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었던 커트 실링(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필리스 선수로서는 이 기록을 달성한 최초의 선수였다.

특히 2년 연속 300탈삼진을 기록했던 선수들은 실링을 포함해서 루브 워델,샌디 쿠팩스,놀란 라이언,J.R.리차드,랜디 존슨 등 역사상 6명의 선수들이 있었지만 이 중 워델(1903년과 1904년에 기록)만이 1960년 이전에 이 기록을 작성했을 뿐 나머지 5명의 선수들은 현대 야구를 대표하는 닥터 K들이었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존슨과 실링이 역사상 최초로 한 팀 소속으로 두 명의 선수가 시즌 300탈삼진을 달성하는 진기록까지 수립했을 정도였다.

이제까지의 탈삼진 역사에서 가장 기억될 만한 시기가 있었다면 아마도 라이언이 역사상 최초로 4천 탈삼진의 벽을 허물었던 1985년과 이듬해 내셔널리그 선수로서 최초로 4천 탈삼진의 위업을 달성했던 칼튼이 등장했던 시기였을 것이다.물론 칼튼은 좌완투수로서 이 기록을 달성한 최초의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언과 칼튼이 남겼던 위대한 역사가 현대 탈삼진 역사의 마지막 사건은 결코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최소한 내년 시즌에도 야구팬들은 이와 비슷한 대사건을 목격하게 될 것이고 그 이유는 닥터 K 시대를 대표하는 주인공들인 로저 클레멘스와 랜디 존슨이 아직도 마운드에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까지 각각 통산 3909개와 3746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는 클레멘스와 존슨은 별다른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은 내년 시즌 모두 4천 탈삼진의 위업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이는 역사상 3번째와 4번째로 있게 되는 대사건이 될 것이며 또한 한 시즌에 두 명의 선수가 이 기록을 달성하기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된다.

클레멘스와 존슨의 4천 탈삼진에의 도전이 갖는 의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존슨보다 먼저 4천 탈삼진 고지를 정복하게 될 클레멘스는 아메리칸리그 선수로서는 최초로 이 기록을 달성하는 선수로 남게 되는 영예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존슨은 내년 시즌 얼마만큼의 탈삼진을 기록하느냐에 따라서 칼튼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좌완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타진하게 될 것이다.최근 5년 동안 174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자신의 통산 탈삼진수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기록했던 존슨이라면 올시즌까지 칼튼과 390개의 격차를 보이며 사정권에 접어든 통산 4136개의 칼튼의 기록은 적어도 2004시즌 정도면 존슨에 의해 깨어질 것이다.

존슨이 도전하고 있는 역대 좌완투수로서의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그리고 클레멘스의 아메리칸리그 선수로서 최초의 4천 탈삼진 고지의 정복. 이 대기록들은 2003시즌과 2004시즌에 걸쳐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이는 1985년과 1986년 2시즌에 걸쳐 라이언과 칼튼이 차례대로 4천 탈삼진의 벽을 허문 것과 함께 탈삼진 역사에서 또 하나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배길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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