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터라이프] 70년대 여학생 허리 꽉 조여 멋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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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고쳐 입는 교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어른들이 많다. 그런 어른들은 교복을 고쳐입지 않았을까. 그들이 10대였을 때도 어른들의 눈을 피해 멋을 내곤 했다.

◇1970년대=여학생은 플레어 스커트에 흰 칼라, 허리에 벨트를 한 감색 투피스 형태의 교복이 대표적이었다. 보통 학생들에게는 하얀 칼라를 얼마나 깨끗하고 빳빳하게 하느냐가 멋내기의 관건이었다.

몇몇 튀는 학생들은 허리가 꽉 조이도록 수선해 입었다. 일부 학생은 윗옷의 V자 네크라인을 더 깊게 파 '불량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학생들은 머리도 한쪽 눈을 가리면서 흘러내리게 했다.

남학생은 검은 칼라가 목을 감싸는 검은 교복과 모자를 착용했다. 명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자의 창을 최대한 구부려 교표가 잘 보이게 했다.

반대로 3류 학교 학생들은 한일(一)자 형태의 '평창'을 만들어 교표가 가려지게 했다. 교문을 벗어나면서 단추 한두개를 푸는 게 멋내기 방법. 모자가 낡은 정도에 따라 학년을 가늠하던 시절이라 일부러 모자를 시멘트 바닥에 문질러 고학년인 양하던 '날라리'들도 있었다.

머리를 기르다가 적발되면 선생님들은 가차없이 바리캉(머리를 깎는 기구)으로 고속도로를 냈다. 학생들은 검은 유성 매직으로 땜빵한 뒤 머리가 자라기를 기다렸다.

◇80년대=교복은 여전히 전천후복이었다. 교복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다 선생님에게 걸리면 반성문을 써야 했다. 여학생 교복은 누렇게 변색한 칼라를 다시 하얗게 만드는 게 멋내기의 포인트. 교사용 '참 잘했어요' 잉크를 사서 물에 푼 뒤 교복을 담갔다 꺼내면 누런 색이 사라지고 고급스러워졌다.

1983년 교복 자율화 이후 나이키 운동화와 죠다쉬 청바지가 제2의 교복인 양 유행했다. 선생님들은 분무기로 머리에 물을 뿌려 핑클 파마 검사를 하곤 했다.

1986년엔 학교장의 재량으로 교복 착용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성인 양복과 비슷한 모습의 다양한 교복이 등장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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