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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슬공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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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들 가계에서 가장 힘을 써야할 점이 절약하여 분수에 맞는 지출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면 수입을 늘리는 가에 있다. 특히 아직도 계절적인 노동을 면치 못하고 있는 농촌에서는 농한기의 노는 손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잘 사는 길의 열쇠가 되고 있다.
농가부업은 오래 전부터 한 농가의 부업이라기보다 집단적으로 많은 인원을 흡수하는 계획사업으로 추진되어왔다. 지난 67년 농촌진흥청에서 농협과 대한무역진흥공사와 제휴하여 부업단지조성에 착수한 것도 이러한 뜻에서이다.
그러나 현재 농가부업의 실태는 첫째, 많은 농가에서 아직도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둘째 부업 산품의 판로가 넓지 못해 생산활동을 활발하게 촉진하지 못하는 점, 다음으로 생산·공급 과정의 기술적인 개발 문제, 중앙과 지방을 잇는 자금지원과 같은 연락사무의 간소화 등 난제가 쌓여 있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농어촌부업 품목은 50여종. 백여만호가 참가하고있다. 중·장기융자등 정부가 부업에 지원하는 돈은 연간 10억원에 가깝다.(68∼69년에 9억8천88만3천원)
요 몇년 동안 각광을 받고 비교적 좋은 수익을 올리는 농가부업들을 찾아 현황과 문젯점을 알아본다.
여성들의 목걸이·「백」등 장식품으로 주로 쓰이던 인조진주와 구슬은 요즘 그 사용범위가 넓어져 벽걸이·방석 등 일반생활용품에 이용됨으로써 각광을 받는 부업으로 성장하고있다.
인조진주는 40여년 전 일제 때부터 충북청원지방에서 많이 만들어왔다. 그러나 일본에서 모든 재료를 가져다 만들던 그 당시보다 요즘은 오히려 재료도 나쁘고 시설도 없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있다.
그래서 구슬(원옥)위에 물고기 비늘을 입히는 인조진주는 질이 나빠 국제시장에선 일본에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인조진주는 현재 충북청주, 청원군, 보은군, 충주, 영동지방과 충남의 연기군에서 일제 때부터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일반농가에서는 인조진주가 아닌 구슬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구슬은 인조진주제조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비늘 입히기 작업(코팅)을 하지 않은 것인데 현재 충북공예협동조합(청주)에서 생산농가에 원료공급을 하고 제품을 받아 가공과 수출, 국내시장공급을 맡아하고 있다. 따라서 「코팅」작업은 주로 공예조합의 공동작업장에서 하고있다.
충북지방 농가에서 하고있는 이 구슬제조는 모두가 수동식이기 때문에 규격이 섬세하지 못하고 고르지 않다. 구슬은 규석으로 만든 초자봉을 녹여 골석과 백토를 배합한 것을 칠한 철사에 일일이 한개씩 손으로 만드는 것이나. 충북공예협동조합은 반 수동식제조기를 50대수입하여 올 4월부터 청주가내공업「센터」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일반농가에선 원시적 제조과정을 면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충북도 상공과장 신준식씨는 『농가의 제조시설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하지만 아직 여기에 대한 예산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충북 청원군 강서면 동량촌은 온 마을 90여 가구가 모두 농사일에 원옥 만드는 부업을 갖고 있다. 46년전인 17세 때 시집와서 지금까지 구슬을 만지고 있다는 김덕순 할머니는 이 동네에서 만든 구슬을 모아 병 받침·벽걸이·액자·방석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겨울에는 온 동네가 구슬 만드는 일로 노는 집이 없다. 그러나 집집마다 설치된 공방은 어둡고 시설이 나무 몇 조각 뜯어 붙인 극히 원시적인 것이라서 몇년 경력이 있는 사람은 다 안경을 쓰고 있을 정도다. 주민들은 『구슬 만드는 일만큼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없다』고하면서 간단한 기계를 정부지원으로 할부판매를 해줬으면 한다.
동량촌의 경우 한 농가가 구슬 만드는 일로 한 달에 5∼6천원 이상은 벌수 있다고 한다. 농사를 짓지 않고 구슬 만드는 일만하고 있는 이 동네 박종선씨댁은 6명 식구가 생활할 정도, 월수1만5천여 원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온 식구가 이 일에만 매달리고 있어 손이 성한 사람이 없다』고 이댁 주부는 힘든 작업에 비해 수익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충북도내 구슬제조농가는 7백50여호. 그밖에 품팔이로 구슬을 만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개 하루품삯 5백여 원씩 받고 있다. 특히 요즘은 14∼20세 처녀들이 구슬로 「백」이나 방석 등 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다.
화병받침(직경10㎝) 한 개 무늬를 놓아 만들면 2백원을 받는데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방석 한 개 완성하자면 상오9시부터 하오5시까지 꼬박 10일은 걸린다. 품삯은 2천 원을 받는다.
구슬제품의 판로는 충북공예조합을 통한 것이 대부분인데 서울의 「핸드백」제조 공장에서 직접 사가는 경우가 있을 뿐 다양한 활용을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제품하고 있는 벽걸이 화병받침 같은 것도 도안이 유치하여 도시에서 환영을 받치 못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구슬의 색은 비교적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한 제품의 개발이 시급하다.
구슬은 현재「아프리카」에서 장식품으로 많이 요구하고있지만 그들의 장식품은 어떤 것인가를 검토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 관계자는 구슬부업이 앞으로 뻗기 위해서 『제조과정의 자동화와 「디자인」개발』이 큰 과제라고 말한다. <청원에서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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