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홈런에 도전하는 사나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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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역사상 최초로 500홈런 고지를 밟은 이래 2001년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강타자 배리 본즈에 이르기까지 현재까지 모두 17명의 500홈런 달성자가 탄생했다.장구한 역사 속에서 17명의 선수들만이 이 기록을 달성했던 것처럼 500홈런이라는 기록은 결코 쉬운 기록은 아니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한 시즌에 가장 많은 500홈런 달성자가 탄생했던 적도 1967년과 1971년으로 각각 2명의 이 기록 달성자가 나타났을 뿐이었다.1967년에는 미키 맨틀과 에디 매튜스,1971년에는 프랭크 로빈슨과 하먼 키일브루가 500홈런을 달성함으로써 지금까지 한 시즌에 가장 많은 이 기록 달성자가 탄생한 해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이면 이 기록은 깨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올시즌까지 500홈런 달성에 이제 겨우 40개도 남겨 놓지 않은 선수들이 4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올시즌까지 통산 홈런 499개를 기록하고 있는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를 비롯해서 490개를 기록 중인 라파엘 팔메이로(텍사스 레인저스)와 478개의 프레드 맥그리프,그리고 468개의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가 바로 이들이다.

소사나 팔메이로의 500홈런 달성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올시즌 소사는 49개,팔메이로가 43개를 기록할 정도로 이들의 홈런포는 아직도 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맥그리프와 그리피의 500홈런 달성 가능성 역시 상당히 높다.올시즌 맥그리프는 39세의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30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려 전성기 못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이 정도의 추세라면 500홈런 달성에 22개가 부족한 맥그리프의 홈런수는 내년 시즌 그도 역시 500홈런 달성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도록 할 것이다.

게다가 그리피까지 500홈런을 달성하게 된다면 이는 전대미문의 한 시즌 4명의 500홈런 달성자 배출이라는 대단한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역사상 17명의 선수들만이 500홈런을 달성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이들이 달성하게 될 500홈런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게 된다.

17명의 500홈런 달성자들 중에서 멜 오트,윌리 메이스,윌리 맥코비,배리 본즈 등 4명이 자이언츠 선수들로서 가장 많은 500홈런 달성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 자이언츠이고 자이언츠를 포함해서 모두 11개의 팀만이 500홈런 달성자들을 배출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년 시즌 이들 4명이 500홈런을 달성하게 된다면 새로운 팀에서 이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소사는 물론 통산 512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어니 뱅크스가 있기 때문에 컵스 선수로서 500홈런을 달성한 최초의 주인공이 그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건재한 홈런포는 새로운 컵스의 홈런왕으로서 그를 탄생시키게 될 것이다.겨우 13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뱅크스와 소사의 홈런수 간격은 내년 시즌 중반쯤에 우리들로 하여금 소사가 뱅크스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을 지켜보도록 할 것이다.

팔메이로의 500홈런 달성은 그를 레인저스 선수로서 역사상 최초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로 남게 할 것이며 맥그리프도 500홈런 달성자를 배출하지 못했던 팀에서 뛰게 된다면 그도 역시 팔메이로와 같은 역사의 주인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물론 그리피도 레즈 선수로서 최초의 500홈런 달성자가 된다는 점에서는 팔메이로나 맥그리프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이들 4명의 내년 시즌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2003시즌에 주목해야 할 사건들 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배길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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