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수직증축’…1기 신도시 ‘답답’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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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늦게나마 국회가 정상화됐으니 일단 기다려 봐야죠. 하지만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무실. 오전 내내 오가는 손님은커녕 문의 전화 한 통 없었다. 이 중개업소의 사장은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수직증축 허용 시기를 묻는 전화가 왔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끊겼다”고 말했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기대하는 분당신도시 주민들은 4·1 부동산 대책에 담긴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후속 입법 조치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올해 안에 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모처럼 주택시장에 도는 활력이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년 넘게 이어지던 논란 종지부

4년 넘게 이어지던 수직증축 논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국회가 걸림돌이다. 수직증축에 희망을 걸었던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은 뾰족한 방법 없이 정치권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만 있다.

이들이 관련 법안 국회 처리를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사업성 때문이다. 수직증축이 허용되면 일반분양이 가능해져 사업 추진 부담을 덜 수 있다. 분당신도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와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1만6582가구다.

리모델링 때 일반분양을 할 수 없다면 공사비 전액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가구당 평균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공사비가 리모델링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4·1 대책 후속 조치에서 리모델링 때 3개 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키로 했다.

수직증축으로 가구 수를 최대 15% 늘린 뒤 이를 일반분양하면 조합원 분담금을 평균 35% 정도 줄일 수 있다. 가구당 5200만원에서 7000만원 정도 리모델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처리해야 할 국회는 뒷짐을 지고 있다.

서울 강남과 1기 신도시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을 중심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서울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조합장은 “수직증축 허용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를 못 믿겠다는 반응이 거세 동의서 청구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러야 내년 5월 이후 시행

국회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국정원 댓글 사태 이후 여야 간 갈등의 골이 여전해 민생법안 처리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일정상 11월 국회에서나 리모델링 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 있다.

여야가 힘겨루기를 멈추고 민생법안 처리에 매진한다 해도 정책 시행까지는 6개월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일러야 내년 5월 이후에 수직증축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 국회 선진화 법안 등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입씨름이 계속되고 있어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아파트값이 4·1 대책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분당신도시 야탑동 매화마을 2단지 전용면적 59㎡형은 4·1 대책 이후 3억4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3억원 수준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수직증축이 내년 초 허용될 줄 알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아파트 소유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며 “국회가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루면서 리모델링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과 시공사 간 갈등을 빚는 단지도 있다. 수직증축 허용이 지연되자 일부 시공사가 대여금 지급을 미루는 등 리모델링 사업에서 일단 손을 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 지연에 따라 주민과 갈등도 빚고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선 무턱대고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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